친절해진 초능력 추리 게임, '스테퍼 레트로:초능력 추리 퀘스트'

고점과 저점 챕터가 연달아 이어지는 신작
2026년 08월 11일 12시 27분 48초

게임피아가 출시한 팀 테트라포드의 초능력 추리 어드벤처 게임 '스테퍼 레트로:초능력 추리 퀘스트'는 초능력을 활용해 사건의 단서를 추적하고 진실에 다가가는 시스템을 특징으로 하는 게임이다.

 

이전 스테퍼 시리즈의 서사를 관통하는 핵심 요소 '마나'의 과거를 되짚는 여정을 담아낸 스테퍼 레트로:초능력 추리 퀘스트는 평온한 일상을 바라던 시칠리아의 평범한 소녀 베리타 레트로를 주인공으로 삼아 수많은 선택의 기로 사이로 떠민다. 총 6개 에피소드를 진행하며 플레이어는 추리와 선택에 따라 결말이 변하는 서사 구조를 즐길 수 있다.

 

초능력, 초자연적 현상을 접목시킨 현대의 이야기는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 중 하나다. 스테퍼 레트로:초능력 추리 퀘스트는 그런 내용을 다루고 있기에, 닌텐도 스위치2에서 플레이해봤다.

 

 

 

■ 피식 웃고, 무게감에 놀라고

 

스테퍼 시리즈로 묶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스테퍼 레트로:초능력 추리 퀘스트는 완전히 전작에서 자유로운 독립된 스토리 라인의 게임이 아니다. 하지만 만약 이전 시리즈를 플레이하지 않은 게이머라도 이번 타이틀 안에서 간단하게 a와 b는 구면이고, b는 무슨 일을 했었는지 알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낸다.

 

알면 더 재미있는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 더 재미있게 즐기고 싶다면 미리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칠리아의 평범한 소녀 베리타 레트로, 그리고 그녀가 선생님이라 부르는 어딘가 한심하지만 미워하기 어려운 쟈드 베링이 스테퍼 레트로:초능력 추리 퀘스트의 두 주인공이다. 현대와 비슷하지만 마나 등의 공상 요소를 더해 일종의 초능력이 존재하며 이로 인해 벌어지는 일이나 해결 방식 등이 흥미로운 이야기다.

 


 


10대 소녀 주인공답게 표정이 다채롭다

 

초능력이 연루된 추리 게임이지만 항상 사람이 죽는 건 아니고, 특정 현상을 발생시키는 물건을 조사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사건에 엮여들어가 추리를 펼치게 되는 스토리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 속에서 서브컬처 특유의 캐릭터성이 빛나는 순간들을 볼 수 있다.

 

특히 한심할 정도의 발언과 행동을 보여주지만 때로는 속이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쟈드 베링과 베리타 레트로의 대화나, 드물게 베링이 직접 나서서 '대화'를 시도할 때와 같이 플레이하며 피식피식 웃게 만드는 부분들이 있었고 이것들이 챕터가 진행될수록 무거워지는 분위기를 어느 정도 중화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형적인 강약약강이다

 

확실히 이야기의 최고점을 찍는 3챕터 이후로 좀 더 무거운 이야기를 풀어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선 조금 부담스러울 수는 있지만, 이야기 곳곳에 배치된 숨을 틀 수 있는 요소들은 확실히 이런 묵직함을 늦든 빠르든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무거운 이야기는 확실히 무거운 편이라 생각보다 놀랍기도.

 

 

 

■ 되짚으며 밝혀내는 친절한 추리

 

기본 진행 구조는 비주얼노블의 그것과도 결이 비슷하다. 스토리를 감상하다가 대화나 이동, 그리고 얻게 되는 정보들을 바탕으로 추리를 하고, 결과를 위해 그 동안 모은 퍼즐 조각들과 같은 단서를 짜맞춰 진상을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게임 내에서도 대놓고 주변 인물들을 활용해 여기서 끝내면 안될걸?이라는 분위기를 내서 멀티엔딩의 존재와 정규 엔딩을 볼 수 있는 분기를 뚜렷하게 만들어준다. 사건의 진상을 완전히 파악하지 않더라도 이야기를 끝내거나, 모든 진상을 파악해내고 이야기를 확실히 끝맺는 방법으로 나뉜다.

 


 


 

추리 파트는 1차 추리와 새로운 정보로 인한 혼란, 그리고 다시 되짚으며 추리를 하는 Retro, Restory 단계를 거치며 사건의 진상을 뒤집기도 한다. 서류 형태의 단서들에서 키워드를 골라 연결하는 방식을 통해 각 파트의 추리를 진행할 수 있는데 이게 좋게도 나쁘게도 정해진 모양의 구멍에 맞는 블럭을 끼우는 과정과 같다.

 

추리란 것이 올바른 진상을 파악해나가는 과정이니 완전히 틀린 접근은 아니지만, 초반부터 어떤 방식으로 사건이 진행됐는지 그 진상을 다 파악했다 하더라도 딱 정해진 단서들을 연결하지 않으면 추리를 진행할 수 없다. 그래도 힌트도 자주 제공하고 추리 자체가 크게 어렵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는 것은 다행이다.

 


 

 

 

처음에는 너무 쉬워서 뭐야, 이게 다야? 이러면 그냥 비주얼노블 아닌가?라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갈수록 잘 생각하지 않으면 방심해서 틀릴 수 있는 부분들이 등장해 점진적인 난이도 향상을 보여주는 구간도 있다. 오래 생각하고 모순을 잡아내는 그 과정을 구현해냈다.

 

■ 일부 챕터 아쉽지만 후속작 기대

 

아래는 1챕터의 중요 스포일러가 스크린샷에 포함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모양이 정해진 구멍에 딱 맞는 블럭을 넣는 방식이 크게 어긋났다고 느껴지는 챕터가 있다. 2챕터다. 1챕터를 워밍업 느낌으로 쭉쭉 진행하고 2챕터에 들어섰을 때, 사건의 발단 부분에서 연출되는 분위기가 꽤나 마음에 들었다. 추리의 경우 초반이나 중반부 즈음 이 사건의 진상을 대부분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정답도 충분히 주어진 정보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장르에서 당연히 따라올 '왜?'라는 질문이 이야기의 깔끔한 완성을 방해한다. 범인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등은 쉽게 추리할 수 있고 실제로 정답이지만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를 연결해주는 근거, 왜?를 너무 희미하게 충족하고 있어서다. 이런 부분 때문에 2챕터는 모든 챕터 중 가장 아쉬움이 남았다.

 


 


혈액으로 위치를 추적하는 베링의 능력

 

또, 이야기의 절정이 3챕터 즈음에 오면서 오히려 그 뒤의 이야기가 조금 뒷심 부족처럼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부분은 조금 아쉽지만 전체적으로는 좋은 부분들이 많아 플레이하기에 좋았다. 이야기 연출에서 라이브 2D 스파인을 활용한 장면들을 잘 구성했고, BGM도 괜찮은 수준으로 뽑아냈다. 어드벤처 파트에서 대화할 때를 제외하면 캐릭터들에게 좋은 보이스를 잘 배정해준 부분도 인상적이다.

 


 

 

 

서브컬처풍 캐릭터나 실제 역사에 가상의 요소를 가미한 부분, 그리고 초능력 같은 현상이 싫지 않은 추리 어드벤처 게이머들은 독특한 별미처럼 스테퍼 레트로:초능력 추리 퀘스트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단, 용의 눈을 제대로 그리지 못한 2챕터의 아쉬움이나 쉬운 추리 난도로 진지하고 깊이 있는 추리 쪽에 무게를 두는 게이머에게는 비주얼노블의 테이스트가 더 강하게 느껴져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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