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는 오는 29일 PS, Xbox, 윈도우 플랫폼에 '성검전설 VISIONS of MANA'를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성검전설 VISIONS of MANA는 사랑을 테마로 성검과 마나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다. 성검전설 시리즈 완전 신작으로, 작품의 특징인 아기자기하면서도 드넓은 세미 오픈 필드에서 다양한 기믹과 귀여우면서도 무시무시한 위력의 몬스터들과 싸우며 정령의 힘을 빌려 입체적이고도 속도감 있는 배틀을 즐길 수 있다는 부분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시리즈 원점으로 돌아가 정통 판타지 RPG로 선보이는 새로운 성검전설이라는 부분으로도 주목을 받을 수 있을만한 신작이기도 하다.
본 리뷰는 출시 전 사전에 플레이 기회를 제공받아 작성된 것으로 지난 프리뷰와 마찬가지로 언급할 수 없는 부분들을 준수하고 있다. 플레이 기종은 PS5다.
■ 마나의 아이를 바치는 세계
성검전설 VISIONS of MANA에서는 마나의 아이라는 이들이 4년마다 각 마을에서 선정되고, 이들을 보호하며 인도하는 영혼의 수호자가 함께 마나의 나무로 떠나는 관습이 존재한다. 선정에는 각 속성의 대정령들과 페어리가 관여하며 대정령이 마나의 아이를 고르고 페어리가 나타나 마나의 아이로 임명하는 프로세스가 잡혀있다는 느낌이다. 이게 단순히 마나의 아이가 마나의 나무로 향한다는 순례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 충만한 마나를 순환시키기 위해 마나의 아이의 영혼이 마나의 나무에 바쳐지는 공양의 의미가 있다.
게임의 주인공인 발은 영혼의 수호자로, 그리고 소꿉친구인 히나는 마나의 아이로 선정된다는 것이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이기도 하다. 불의 마을 출신인 두 사람과 마을 사람들 모두, 그리고 이후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과 마나의 아이들 모두가 영혼의 수호자와 마나의 아이로 선정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하고 기이한 문화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작중에서 보여주는 마나의 아이는 대부분 소년과 소녀, 많아도 청년 정도라는 느낌이기 때문에 더욱 영혼을 바치는 의식인데 왜 이렇게 기뻐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사랑이라는 것을 핵심 주제로 삼고 있다곤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발과 히나의 여정 속에서 겪는 이 마나의 아이 관습에 대한 이야기도 큰 줄기라고 생각된다. 작중에도 마나의 아이가 제대로 바쳐지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동료를 통해 보여주기도 하고 말이다. 또, 도중 모종의 이유로 히나가 파티를 이탈하면서 플레이어와 발의 생각이 일치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이들의 여정은 고전적이며 왕도적이지만 막상 플레이해보면 그래서 이후에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게 만들어 계속 플레이하게 만드는 편이다.
현대인의 시각으론 도저히 좋은 녀석으로 보이지 않는 페어리
■ 정령기가 전투·모험·클래스 체인지까지
성검전설 VISIONS of MANA의 전투는 실시간 액션 방식이다. 오픈 필드에서 돌아다니다 몬스터 집단과 근접하거나 공격하면 별도의 화면전환 없이 바로 전투로 진행된다. 약 5명의 파티원이 여정에 함께하지만 전투에서는 총 3명의 파티원만 참가할 수 있다. 도중에 이탈하기는 하지만 히나의 경우 전투에 실제 참여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아닌지라 동행하는 동안에는 드문드문 회복을 걸어주는 역할을 한다. 적은 지상과 공중 양쪽에 복합적으로 존재하기도 하고, 사이드 퀘스트를 진행하는 도중이라면 한 무리를 쓰러뜨리자마자 증원이 되기도 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정령기라는 도구가 상당히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정령기를 획득한 이후에는 해당 정령기를 장착하면 클래스체인지가 이루어져 사용하는 무기나 능력 등이 달라지기도 하고, 외형도 변경되며 이로 인해 사용하는 클래스의 무기는 사두는 편이 편했다. 물론 자금의 압박이 생기기는 하지만 다음 스토리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해 가급적 사이드 퀘스트를 전부 클리어하기보단 막히지 않으면 바로 메인퀘스트를 진행한 기자의 기준으로도 어느 정도 돈이 모여 무기를 사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는 편이었다. 전투나 모험에서 플레이어는 자기가 조작할 캐릭터를 언제든 바꿀 수도 있다.
전투에서 사용하는 정령기는 현재 장착하고 있는 정령기가 사용된다. 발은 물론 동료들도 정령기를 착용하면 클래스가 변하므로 유용한 정령기를 장비해주고 전투를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기자가 유용하게 사용했던 것은 주로 조작했던 발에게 물의 정령기를 주고, 카리나에게 남는 정령기인 바람의 정령기를, 파르미나에게 달의 정령기를 주는 것으로 파티를 구성했다. 사실 카리나나 파르미나 모두 초반부에 남은 정령기 중 아무것이나 골라 적절하게 배분한 것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전투에서 유용했다. 예를 들어 파르미나에게 준 달의 정령기는 발동하면 해당 범위에서 아군의 스킬은 빨라지고 적은 거의 정지에 가깝게 느려지며 바람의 정령기는 적을 소용돌이로 일시적인 군중제어 상태에 빠뜨린다. 이것만으로도 유용한데다 발에게 준 물의 정령기는 발동하면 긴 물줄기를 일정 시간 발사해 전투 필드의 적들을 전부 공격할 수 있고 공격력도 200~400 사이를 오가며 물방울에 적을 가두면 떠뜨렸을 때 큰 피해를 줄 수 있어 섬멸력이 상당히 좋았다.
모험에서도 정령기는 종종 활용된다. 일단 조금 더 난이도는 높지만 어빌리티를 얻게 해주는 장비 아이템 씨앗을 얻을 수 있는 정령기로만 개방 가능한 전투 스테이지도 존재하고, 진행을 위해 반드시 가야하는 길이나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 이용해야 하는 기믹들에 각 속성 정령기가 필요하다. 바람의 정령기는 상승기류를 만들어 높이 날아오를 수 있는 기믹을, 달의 정령기는 시간을 늦춰 유빙을 건너는 기믹을, 불의 정령기는 일시적인 비행길을 날아갈 수 있게 하는 기믹 등을 보여준다.
정령기 기믹으로 모험 지역을 진행하는 장면
■ 고전적인 요소를 많이 차용한 신작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상당히 고전 JRPG의 요소들을 많이 끌어왔다는 느낌을 준다. 일단 스토리면에서도 앞에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빨리 진행했다는 언급을 했는데, 사실 예측 불가능한 전개들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진행하면서 예상 외였던 전개라면 한 번에서 두 번 정도였고 대개는 예상 가능했지만 정말로 그 일이 벌어지나? 그래서 이제 어떻게 되나?라는 마음이 들어서 진행을 서둘렀다. 물론 재미가 있었느냐 없었느냐라면 있었다고 답하겠는데, 고전 JRPG 특유의 얼렁뚱땅 넘어가버리는 전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된다. 악역의 대우든, 주인공의 선택이든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주얼은 배경에서는 흠 잡을 부분이 별로 없는 편이다. 다만 캐릭터 모델링의 경우는 호불호가 조금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파르미나, 카리나, 발 같은 주연 캐릭터는 무난한 편인데, 올린이나 조연, NPC들의 경우는 모델링에서 불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뭐 올린은 개인적으로 처음 등장할 때부터 별로 좋아하지 않는 타입의 캐릭터라 그런 마음이 든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세계는 아름답게 그려내 돌아다니는 맛이 있었다.
전투는 그리 어렵지 않은 편이었다. 특히 앞서 언급한 물의 정령기를 얻은 시점부터 섬멸력도 크게 늘어 몇 번 물줄기를 쏘고 있으면 전투가 끝나 레벨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금방 레벨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더 그런 것 같기도. 전투에 있어서 조작하고 있지 않은 파티원들의 작전을 메뉴를 통해 짤 수 있으므로 캐릭터를 변경하면서 플레이하거나, 다른 캐릭터로 플레이하는 것을 선호한다면 꼭 작전 기능을 적절히 이용하는 편이 전투 시간 단축에 용이하다.
성검전설 VISIONS of MANA는 좋게도, 아쉽게도 고전적인 요소들을 차용해 고전 JPRG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신작이다. 고전적인 요소에 불호가 없다면 꽤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며 옛 JRPG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여담으로, 사이드 퀘스트를 모두 지워야 하는 성격이라면 받으면 그때그때 클리어해두길 바란다. 초반부에 불의 마을 인근 지역은 중후반부 바다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시점이 되기 전까지 돌아갈 수 없어 한동안 퀘스트를 완수할 수 없게 된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