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 및 유통, 퍼블리싱 기업 유비소프트 엔터테인먼트는 누적 2억 장의 판매고를 올린 액션 어드벤처 게임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신작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를 지난 5일 정식 출시했다.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는 15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어쌔신 크리드 프랜차이즈에 대한 오마주이자 첫 번째 어쌔신 크리드 게임에 대한 헌사로 현대화된 레거시 게임 플레이와 스토리를 통해 내러티브 중심의 몰입감 높은 게임 경험을 선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플레이어는 황금기가 절정에 달했던 9세기 바그다드를 배경으로 화려하고 장엄한 건축물들을 넘나드는 젊은 도적 바심이 되어 알라무트의 숨겨진 자들과 함께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따라가게 되며 특별한 운명에 대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리뷰 플레이 기종은 PS5이며 이외에도 Ps4, Xbox Series X/S, Xbox One, PC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만나볼 수 있다.
■ 바그다드의 황금기를 무대로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실제 역사를 무대로 늘 역사 뒤편에 존재해왔던 암살단과 템플 기사단, 그리고 고대 이수 민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왔다. 이번에 출시된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역시 그 전통의 스토리라인을 이어받았다. 860년부터 870년 사이의 사마라 혼란기 시대 바그다드와 그 주변을 무대로 삼아 마을의 좀도둑으로 연명하던 주인공 바심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플레이어는 바심이 친구 네할과 함께 도둑이었던 시절을 잠깐 플레이하다가 모종의 사건 이후로 어떻게 고대의 암살단인 감추어진 존재들에 합류하게 되는지, 그리고 합류 이후 암살자로서 바심이 어떻게 활약하는지를 체험하게 된다.
특이한 점이라면 바심의 이야기를 다루는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에는 늘 있었던 현대 파트의 이야기가 아예 없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게임은 오로지 바그다드 주변에서 활약하며 결사단원들을 처단하는 모습을 그린다. 그래도 이수 민족 파트까지 완전히 잘려나간 것은 아니다. 초반부터 이수 민족과 관련된 물건도 제대로 등장하고 이수 민족과 관련된 장소들은 스토리를 진행하다보면 만나볼 수 있으며 스토리에서도 이수 민족은 떼어놓을 수 없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PS5 기준으로 스크린샷은 원래 화면보다 어둡게 찍힌다. 실제로는 더 밝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바심이 만나게 되는 인물들이나 결사단원 중에는 실존 인물들도 섞여있어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특유의 실제 역사처럼 느껴지는 스토리는 여전히 남아있는 편이다. 대신 바그다드 인근으로만 범위를 좁히고 바심이 감추어진 존재에서 성장하는 부분이란 짧은 기간을 다루는 만큼 스토리의 길이는 그렇게까지 길지 않은 편이다. 물론 오직 스토리만 파는 플레이어만 있는 것은 아니나 스토리만 집중적으로 클리어한다고 생각하면 상당히 빠르게 진도를 뺄 수 있다.
메인 퀘스트 이외의 서브 퀘스트는 의뢰와 바그다드 이야기라는 형태로 제공된다. 의뢰는 스킬 포인트를 비롯한 보상을 얻기 위해 간단히 임무만 딱 수행하고 헤어진다는 느낌에 가깝고, 기존의 짧은 스토리가 붙은 서브 퀘스트 컨텐츠는 바그다드 이야기로 분류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런 형식의 서브 퀘스트가 좀 더 즐길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선 구역마다 적은 수만 존재한다는 점이나 퀘스트 컨텐츠로 분류되지 않는 탓에 퀘스트 추적 기능이 동작하지 않아 잠깐 눈을 돌려서 정보를 놓치면 좀 귀찮아진다는 편의성 부족이 아쉬웠다.
■ 암살 위주의 스타일을 강조한 전투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초기작 느낌으로 돌아가 맞서 싸우는 전투가 또 다른 주요 선택지가 되기보다 암살 위주의 전투에 치중하도록 시스템을 틀었다는 것이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의 특징인데, 이 부분은 호불호가 꽤나 갈릴 것 같다고 받아들였다. 우선 확실히 액션 RPG 느낌이 강했던 신화 3부작에서 암살을 해도 캐릭터 육성이나 장비가 부족하면 상대를 단박에 죽이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했던 것과 달리 푹 찔러서 죽이는 것이 가능하기는 했다. 그런데 막상 암살 관련 스킬을 찍어도 기존 어쌔신 크리드2 등에서 볼 수 있었던 다중 암살은 기본기가 아닌 스킬과 능력 쪽으로 빠졌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에지오 사가 쪽에서는 경비병 두 명이 나란히 순찰을 돌고 있을 때 그들 사이로 걸어들어가 양쪽의 목에 암살검을 박아넣는 액션이나 고지대에서 아래에 있는 적 둘을 동시에 죽이는 모션 등이 있었는데, 바심의 경우는 이렇게 동시에 죽이는 방식 대신 기존에 있던 연속 처치 모션이나 스토리 진행을 통해 개방되는 능력을 사용해 거리가 있다면 순간이동처럼 보이는 복수 암살 기술을 구사한다. 이 순간이동 기술이 편하고 재미있기도 한데 호불호가 꽤나 갈릴 것으로 보였다. 또, 암살 모션 도중에도 적의 공격이 들어와서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그대로 피격당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확실한 타이밍을 노려 암살하라는 의도로 보인다.
전면전을 펼치는 것은 그렇게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공격, 회피, 받아내기를 돌아가면서 사용하는 것은 비슷한데 이게 가위바위보처럼 연출됐다. 사이버 유격이라고 놀림받는 시스템들처럼 적들의 패턴이 완전히 정형화되어 있다보니 맞대결에서의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다. 그래도 처형 모션은 나름대로 괜찮았다.
도구를 사용하는 방식은 꽤 재미있는 장면들을 만들어 좋았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기본 도구를 얻고 추가 도구는 스킬 포인트를 투자해 개방하는 식이다. 투척용 단검부터 연막탄이나 적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폭죽, 수면침 등 몇 가지 도구들이 다 이래저래 쓸만한 것들로 채워져있다. 거기에 자원을 모아서 이 도구들의 레벨을 올리고 각 레벨당 하나의 특성을 선택해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는 부분인데, 수면침을 맞추면 깨워도 일어나지 않게 한다거나, 맞추면 주변에 퍼져서 함께 잠재우기도 할 수 있고 광란을 일으키게 하는 식으로 효과를 특화시킬 수 있어 유용하다. 이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암살 난이도가 크게 변한다.
이외에도 시민들이 보고 있는 상태에서 적과 싸움을 벌이는 등 범죄 행위를 저지르면 수배도가 올라 강력한 추적자가 나타나니 수배서를 찢으러 다니는 것도 나름대로 옛날 생각이 났다.
■ 유입에게 불친절한 편
바그다드를 무대로 삼았다는 부분에서 비슷하게 사막 지대였던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과 큰 차이가 없다면 어쩌나 싶은 사람들도 많았는데 막상 플레이해보니 미술 팀이 열심히 일해주어 바그다드만의 매력을 적절히 보여줬다고 느낄 수 있었다. 원한다면 게임 진행을 통해 역사적 장소나 사건, 문화들을 배울 수 있는 어쌔신 크리드식 내셔널 지오그래픽 요소도 있다. 디스커버리 모드는 탑재되지 않았지만 이것만으로도 나름대로 바그다드의 분위기를 즐기며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스토리를 진행할 때 의뢰 같은 컨텐츠로 얻을 수 있는 세 가지 토큰을 사용해 좀 편하게 잠입할 방법을 만들거나 경비병의 눈길을 끌도록 부탁하는 것, 그리고 침투 루트나 방법을 체크하고 선택함에 따라 은근하게 달라지는 잠입 시퀀스 등은 플레이어에게 작게나마 그 나름의 자유도를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다. 한편 스토리에서 현대 파트가 제거되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신화 3부작에서는 반응이야 그리 좋지 않았지만 레일라가 현대 파트를 담당했다면 바심이 활약한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에서는 현대 파트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앞서 이수 민족 이야기도 기존과 마찬가지로 스토리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점은 괜찮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와 별개로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만을 플레이한 유입 플레이어에게는 그렇게 친절하지 않은 편이다. 초반부는 별로 문제가 없지만 엔딩 부분이 상당히 뜬금없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게 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작들을 플레이해보지 않았다면 이런 면에서는 당황스러운 기분을 느낄 것.
또한 스토리와는 관계없이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는 도중 퀘스트가 꼬여 진행할 수 없는 상태가 드물게 발생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죽거나 침착하게 체크포인트로 돌아가면 제대로 진행된다. 유비소프트 특유의 버튼 설정도 여전하다. PS5 기준으로는 X가 선택, O가 취소의 개념을 가지는 게임이 많고 시스템 자체 설정에서도 동일하다. 헌데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콘솔의 기본 버튼 설정과 반대로 조작키를 배정해 X가 취소, O가 선택으로 배정되어 다소 헷갈리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이 문제는 플레이 당시 설정에서 변경할 수도 없었다.
규모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전투 관련 시스템, 그리고 스토리에 따라서 평이 갈릴 수 있지만 못할만한 게임은 아니다. 그래도 어쌔신 크리드라는 게임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중에서 꼭 해보라고 추천할만한 타이틀 중에선 우선도가 낮을 것이라 생각한다.
발할라 만큼은 아니지만 가는 곳마다 문이 막혀있거나 기껏 올라갔더니 상인 토큰이 있어야 열 수 있는 상자도 제법 있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