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5dev Games가 개발한 국산 스팀 게임 '노베나 디아볼로스'는 특종을 잡으려다 실패를 겪은 방송국 PD가 낯선 시골마을에 갇히게 되면서 겪는 오컬트 미스터리 장르의 추리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악마들의 행사인 노베나 디아볼로스에 참가한 마물로 지목된 다섯 명의 여성 중 단 한 명의 인간 여성을 찾아 그녀와 함께 마을을 빠져나가야 한다.
노베나 디아볼로스는 사건 발생 지역에서 모을 수 있는 사건단서와 마을 인근의 특정 지역들을 탐색해 얻는 마물정보를 조합해 범인을 추리하는 한편, 우연히 섞여들어온 한 명의 인간 여성을 찾고 그녀의 신뢰를 얻어 마을을 탈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매 회차 플레이마다 각 사건의 범행 현장이나 방식, 범인이 된 마물 여성이 변경되기 때문에 숨겨진 스토리를 밝히는 것을 포함해 몇 회차는 반복해서 플레이할 동기를 제공한다.
19,500원이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노베나 디아볼로스는 대표적인 PC 게임 플랫폼인 스팀을 통해 정식으로 출시된 작품이다.
■ 8일간의 인간 찾기
노베나 디아볼로스의 스토리는 방송국 PD인 박준성이 코앞조차 보이지 않는 수수께끼의 안개와 섬뜩한 내비게이션 오류를 겪으면서 흘러든 수상한 마을, '소망언덕마을'에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방송국에서 PD로 일하는 주인공 박준성은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모종의 사건을 겪어 새로운 특종을 위해 대규모 행방불명을 파헤치던 중 갑자기 소망언덕마을로 흘러들어와 통화권 이탈 등 외부와의 연결이 단절되어 어쩔 수 없이 마을에서 머물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과 함께 노베나 디아볼로스의 주역이 되는 5명의 미소녀들을 차례로 만난 뒤, 한밤 중 갑자기 그의 방에 나타난 섬뜩한 사제복의 존재들과 스스로를 '입회자'라 칭하는 악마에 의해 노베나 디아볼로스와 소망언덕마을 인근에 펼쳐진 안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소망언덕마을 자체가 악마의 부활을 위해 만들어진 마을이며 박준성은 부활을 위해 선택된 소중한 존재라는 이야기. 플레이어는 입회자에 의해 새겨진 지옥의 지식을 기반으로 사건과 노베나 디아볼로스라는 행사를 조사해야 한다.
게임의 제목이기도 한 노베나 디아볼로스는 5명의 여성과 1명의 남성이 참가해 악마를 부활시키기 위해 참가한 남성을 제물로 삼는 9일간의 성심행사다. 때문에 마물이 강림하기 위한 5명의 여성이 소망언덕마을에 있어야 했는데, 박준성이 마을에 찾아온 시점에서 4명의 마물 여성과 불청객인 한 명의 인간 여성이 존재하게 된 상황.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입회자는 그대로 노베나 디아볼로스를 진행시키고 박준성에게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내버려둔다.
플레이어는 소망언덕마을 곳곳에서 9일 동안 벌어지는 4개의 살인 사건과 여러 현장에 놓인 마물 관련 단서들을 수집하며 인간으로 모습을 숨긴 마물들을 추리하고 노베나 디아볼로스가 끝나는 날 인간 여성이라 생각한 인물과 탈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제한된 일정을 진행해야 한다. 5명의 미소녀들 모두 개별적인 사연을 지니고 있어 그녀들과 만나면서 이를 바탕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예를 들어 마을의 진상에 대해 깊이 관여하지 않은 상태로 신뢰를 쌓아 탈출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박준성이 조사하던 실종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어 신뢰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소망언덕마을의 진상에 가장 근접해 이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인물이 있기도 하다.
각각의 등장인물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만나러 가다보면 몇 가지 일러스트 CG가 등장하며 한 번 게임을 진행하면서 본 CG는 메인화면에서 언제든 다시 확인할 수 있다.
■ 쉽지만 즐거운 추리과정
솔직히 게임을 진행하면서 그냥 대충 넘겨버리지만 않는다면야 노베나 디아볼로스의 추리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게임의 진행은 앞서 소개한 것처럼 9일의 일정 도중 4번의 사건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다른 방식으로 발생하고 이 사건의 주요 증거들을 7번의 지역 탐색 기회를 사용해 습득한 마물 정보와 결합해 범행을 저지른 마물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식이다. 사건이 발생해 수집하는 단서는 마물의 유형과 마물이 사용하는 언어, 소환진, 소환의식과 시체의 유형, 소환된 장소의 6종이다.
이렇게 수집한 사건의 단서들은 7번 동안 돌아다니면서 수집할 수 있는 마물의 정보와 비교해서 용의자를 가리는 데 쓰인다. 예를 들어 마물 유형이 현혹인 사건일 때 뱀파이어의 유형이 공포의 마물이라면 뱀파이어는 바로 해당 사건의 용의선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이런 마물 정보들은 탐색 파트에서 얻을 수 있지만 한 회차에서 특정 마물의 정보를 많이 얻을 수도 있고 반대로 끝까지 한 개에서 두 개의 정보만 밝혀내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용의선상의 마물 특징이 겹칠 때 한 쪽의 정보가 적고 그것마저 서로 겹치면 끝까지 플레이어를 고민하게 만든다.
한편 이런 추리 과정 외에도 제한된 횟수 내에서 다른 히로인들과 계속 만나면서 신뢰도를 높여야만 선택의 날에 함께 탈출할 수 있어서 신뢰도 관리도 신경을 써야 한다. 신뢰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플레이어가 인간이라 판단하고 나가자고 권유해도 박준성을 무시해버리거나 결국 신뢰를 얻지 못해 각기 다른 배드엔딩으로 직행하게 된다. 때문에 추리 파트의 난이도가 무난하더라도 이 신뢰도 관리라는 요소를 더해 게임의 밸런스를 적절히 조절했다. 초반의 사건들에서 마물 용의자들을 밝혀냈다면 좁혀진 사람들 내에서 신뢰도를 높이면 되겠지만 습득하는 마물 정보가 묘하게 맞지 않는 경우는 끝까지 신뢰도를 높일 히로인을 고르는 데에 고민을 하게 된다.
한 번 엔딩을 본 이후로는 아예 각 사건의 범인이 누구든간에 플레이어가 탈출의 날 선택한 히로인이 인간이 되는 엔딩 공략 모드라는 치트성 항목이 개방되어서 엔딩만 빠르게 보고싶다면 이 모드를 쓰면 된다. 다만 정말 게임의 엔딩을 보는 것 외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능이 아니기에 그 부분은 고려하고 사용하는 편이 좋다.
그러고 싶어도
■ 이제 아무도 못 믿어…….
노베나 디아볼로스는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의 시스템과 미스터리 오컬트 추리 게임의 시스템이 만난 느낌의 작품으로 작중 노베나 디아볼로스가 남자 1명이 마을에서 만난 여성 중 하나를 골라 마을을 탈출했을 때 마물 여성이 남자를 죽이고 악마로 거듭난다는 설정 자체가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과 비슷한 구도다. 실제로 인간 여성이 한 명 섞여들면서 살아날 구멍이 생기고 그녀를 찾아내 탈출하기 위해 히로인들과 신뢰도를 쌓는다는 진행 방식이나 이야기는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과 상당히 흡사하다. 그런 분위기를 풍기는 히로인이 있기도 하고.
매 회차 플레이 할 때마다 사건의 범인이 바뀐다는 점과 2회차 이후부터 밝혀지는 노베나 디아볼로스의 진상이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다회차를 할 명분을 제공한다. 그리고 플레이마다 범인이 바뀌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추리를 한다는 점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할 때의 감상과 두 번째 이후부터의 진행방식을 다르게 잡았지만 느끼는 감상은 비슷한 안타까움이었다. 처음 게임을 할 때는 우선 호감이 가는 히로인과 우선적으로 신뢰도를 높이면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사건이 거듭 발생하면서 제발 이 히로인이 인간이길 바라면서 마물과 일치하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빌었지만 결국 그 히로인이 마물로 밝혀지면서 안타까움을 삼키고 인간 여성과 신뢰를 높여 탈출했다.
1회차에서 서큐버스가 범인일 때의 탈력감은……심지어 인간은 현민아도 아닌 유채린이라 탈출에 실패할 뻔 했다.
한편 두 번째부터는 같은 조건이긴 하지만 빠르게 마물을 밝혀내고 유력한 인간 히로인과 신뢰도를 쌓는 효율적인 방식을 택했는데 문제는 각 히로인의 스토리가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이 있고 신뢰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도저히 마물이라 생각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플레이어에게도 신뢰감을 줬는데 결국 단서들을 모으다가 마물로 밝혀졌을 때의 허탈감이 어마어마하다. 두 명으로 빠르게 좁혀진다면 신뢰도를 둘 다 최대까지 쌓을 수 있는데, 그 스토리를 모두 보고 나서 마물을 특정했을 때 든 감상은 '이제 아무도 못 믿어…….'였다. 신뢰도에 따라 배드 엔딩과 해피 엔딩으로 나뉘는 인간 엔딩과는 다르게 마물을 골라서 나가는 경우 그 히로인과 아무리 높은 신뢰도를 쌓았더라도 무조건 배드 엔딩이기 때문에 그런 허탈감이 더하다.
노베나 디아볼로스는 국산 미스터리 오컬트 추리 게임으로서 다회차 플레이를 권장하는 작품이다. 추리 게임을 좋아한다면 무난하게 즐길 수 있고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과 비슷한 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설정과 맞물려 딱히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장르를 잘 섞었다. 숨겨진 진실을 밝히는 것 외에도 다수의 사건 현장과 범행 방식, 한 눈에 볼 수 있는 편리한 사건단서 UI, 그리고 매번 달라지는 마물의 정보와 범인의 변경으로 다회차 플레이의 지루함을 덜어주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아무리 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믿어주고 싶어져도 마물이면 어림도 없지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