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와 더불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간판 게임이자 대표작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워크래프트’.
인간과 하이엘프, 드워프 부족의 연합인 얼라이언스 세력과 야성적인 오크 세력이 주축이 된 호드, 두 세력 간의 대립과 전쟁을 다룬 한 편의 중세 판타지 소설과 같은 흥미롭고 매력적인 배경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넘치는 실시간 전략 게임성으로 무장해 지난 1994년 1편의 첫 발매를 시작으로 금년 선보일 3편의 리마스터작 ‘워크래프트: 리포지드’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수많은 게이머들에게 무수히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어 블리자드는 지난 2004년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MMORPG를 선보이게 되는데 기네스북 및 세계 게임 명예의 전당에 당당히 등재될 만큼 전 세계 게임 역사상 전후무후한 명성을 떨치게 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 시리즈로 오리지널 발매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2년 단위로 총 7개의 확장팩이 발매될 만큼 그 인기의 불씨는 꺼질 줄을 모르고 있다.
지난 27일 출시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이하 클래식)’은 아직 첫 번째 확장팩인 불타는 성전(2007)이 발매되기 전인 2004년부터 2006년까지의 오리지널 WOW를 다시금 리마스터한 작품이다.
금년 발매된 최신 확장팩 ‘격전의 아제로스’가 적용된 본 서버와는 별개로 운영되는 클래식 서버는 초창기 WOW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그 시절의 추억과 감동을 재연해 볼 수 있다.
■ WOW 그 전설의 시작을 다시금 즐기자
엄밀히 말해 클래식 서버의 WOW는 오리지널의 마지막 패치인 2006년의 1.12 적용 버전이기에 발매 초창기인 2004년 말(국내 오픈 2005년 1월)과는 컨텐츠에 있어 나름 차이가 큰 편이다.
이 중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전체 직업의 특성 개선 및 성기사와 사제 등 일부 직업군의 추가적인 버프, 각 도시의 경매장 및 탈 것의 이용 확대 등이 있겠다.
이 외에도 10인 이상 공격대의 아이템 루팅 시스템의 변화로 인해 귀속 아이템이라도 공격 대원 간 거래가 가능해진 부분, 배틀넷 2.0 런처를 통한 음성 채팅, 시스템 셋팅의 클라우드 저장 기능 등 여러모로 기존 컨텐츠의 불만 요소나 애로사항을 개선해 지난날보다 게임 플레이가 한결 수월해졌다.
지금 클래식을 즐기고 있는 유저의 대부분은 10여 년 전 당시 10대 중 후반이나 20대로 초기 WOW를 즐겼던 현 30, 40대의 가정을 이룬 직장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이어 20대 중 후반 계층이 그 뒤를 잇는 추세다.
이 모두 대다수가 그 당시의 WOW의 재미에 흠뻑 빠져 시간을 보냈고 과거의 재미와 감동을 추억하는 경향이 크다. 필자 역시 국내 첫 서비스 시작 시기인 2005년부터 지금까지 WOW를 해마다 즐기고 있는 유저로써 다시금 지난날의 향수를 느끼기 위해 본 서버의 멀쩡한 만렙 캐릭터를 놔두고 클래식 서버에서 새로이 캐릭터를 키워 만렙을 찍었고 이 여정을 통해 느낀 점을 말해 보려 한다.
필자가 처음 클래식 서버 소식을 접했을 당시 느낀 감정은 ‘기대와 불안’ 크게 이 두 가지였다.
먼저 기대했던 이유를 언급하자면 오리지널부터 3번째 확장팩인 2010년의 대격변까지 미친 듯이 WOW를 즐겼던 필자가 다시금 리즈 시절의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었고 우려했던 부분은 바로 후술할 컨텐츠 및 편의성, 그래픽 퀄리티 등이었다.
지난 2012년 출시된 4번째 확장팩인 ‘판다리아의 안개’부터는 그 재미가 크게 반감되어 필자를 포함 많은 이들이 이탈했고 이후 WOW에서 영감을 얻은 많은 MMORPG가 우후죽순 출시돼 색다른 컨텐츠와 우수한 그래픽 등을 선보이며 WOW를 위협했다.
우선 그래픽을 살펴보자. 지금 봐도 WOW의 그래픽 퀄리티는 최신 MMORPG 게임에 비하면 크게 뒤떨어진다. 이는 최신 확장팩이 적용된 본 서버는 물론 클래식 서버도 마찬가지.
애초에 십 수년이 된 오래된 엔진에 그간 누적된 컨텐츠 분량이 어마어마하다 보니 그래픽을 뜯어고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는 건 클래식이 와이드 모니터를 지원하고 보다 높아진 그래픽 설정이 가능해졌다는 점이지만 이마저도 풀 옵션을 해도 오리지널 시절 그래픽과 비교해 눈에 띄게 차이 나는 건 수면의 반사나 일부 텍스처 상향일 뿐 15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단 것이다.
아무리 클래식의 게임성이 좋다 해도 고 퀄리티의 3D 게임들에 길들여진 지금의 시선으로 봤을 땐 모바일 게임만도 못한 클래식의 그래픽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캐릭터 모델링도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편인 것은 덤. 특히 여성 캐릭터의 ‘룩딸’에 큰 재미를 느끼는 게이머라면 클래식의 모델링이 매우 불만족스럽게 느껴질 터. 필자 역시 개인적으로 불타는 성전에서 추가된 WOW의 여캐의 외모 담당인 블러드 엘프가 없는 점은 많이 아쉽다.
더불어 클래식 서버는 본 서버와 비교했을 때 편의성은 물론 컨텐츠의 격차도 상당하다. 특히 정확한 목적지의 표시도 없어 열심히 발로 뛰어다녀야만 하는 불편한 퀘스트 동선 등은 이미 2회차를 진행 중인 필자도 헷갈릴 만큼 복잡해 에드온 없이는 도저히 진행이 힘들 정도였다.
확실히 2010년대에 출시한 MMORPG들이 보여줬던 퀘스트 동선 안내 표시 등 편의 기능에 비하면 이 게임은 한없이 수동적이고 진행이 느리다 보니 추억 보정과 에드온이 없었다면 진작에 때려치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 과거의 필자는 이러한 불편함도 모험의 여정을 떠나는 소년의 기분으로 즐겼으나 지금은 힘들고 괴롭다는 생각이 더 컸다. 덧붙여 이러한 편의성은 시대를 크게 역행하고 있어 에드온의 사용은 가히 필수적이라 여겨진다. 물론 그 당시도 필수에 가까웠다.
그리고 게임의 난이도 또한 상당히 높은 편이라 신규 유저는 상당히 헤매고 고통받을 수도 있겠다. 특성 선택이나 전문 기술 같은 건 키우다 보면 저절로 익혀지고 실패하더라도 초기화를 시킬 수 있지만, 전반적인 전투의 난이도에 있어선 타 MMORPG에 있어선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하는데 동 레벨대 잡몹한테도 둘러싸여 죽기도 하며, 레이드 인던의 난이도 또한 공략을 여러 번 숙지해도 한 번의 미스로 본대가 전멸의 위험에 빠질 만큼 어렵다. 그 클리어 시간 역시 긴 편이라 뒤로 갈수록 보다 하드코어해진다.
클래식의 최종 컨텐츠라 할 수도 있을 화산심장부의 최종보스 라그나로스를 초행 파티로 잡는다고 가정한다면 하루를 꼬박 새워야 할 정도. 모든 MMORPG들이 다 그렇듯 레이드나 던전 클리어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지만 사람에 따라 WOW가 더 어렵게 느껴질 수가 있겠다.
■ 시간이 지나도 게임성 하나는 역대 최고
다만 이러한 불편함은 레벨이 오르며 즐길 수 있는 컨텐츠가 늘자 서서히 잊혀지기 시작했고 다시금 오리지널을 즐기던 예전의 재미와 감동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본 서버와 달리 날탈이 없는데다 맵 자체도 칼림도어와 동부 왕국 크게 두 개로 한정되다 보니 필드에서 얼라이언스와 호드 두 세력 간의 만남이 잦고 이는 곧 전투로 이어지는데 인스턴스 던전, PVP, 레이드와 함께 WOW의 대표적 즐길 거리라 할 수 있는 대규모 ‘필드쟁’이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단순히 필드, 대표적으로 힐스브래드와 가시덤불 두 곳에 나가 있는 것만으로도 중독성 넘치는 전투의 재미를 느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또한 오리지널에 한정된 ‘제한적인 컨텐츠’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MMORPG라면 지속적인 컨텐츠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것이 더 낫지 않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필자를 포함한 많은 클래식 유저들이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이나 가정을 둔 한 집안의 가장이 대부분이다. 이렇듯 한정된 여가 시간 속에서 매번 정기적으로 늘어나는 컨텐츠를 따라잡으려면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고 제대로 된 엔드 컨텐츠도 즐겨보지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따라서 클래식 서버의 이러한 점은 신규 유저와 만렙 유저간의 컨텐츠 격차를 최소화해 보다 느긋하게 최종 컨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며 오리지널 WOW 자체의 스토리 완성도, 컨텐츠 퀄리티도 일품, 한마디로 전성기 시절의 WOW를 즐겨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매우 좋은 선택지라 여겨진다.
물론 새로운 컨텐츠를 즐기고 싶다면 본 서버로 돌아가 격전의 아제로스를 플레이하면 되지만 이번 확장팩의 퀄리티가 워낙 처참한 탓에 본 서버 유저도 클래식 서버로 대거 이동한 추세다.
클래식의 게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버 확충은 무엇보다 절실하게 느낀다.
게임의 1섭이자 전쟁 서버인 ‘로크홀라’의 경우 출시 3주가 경과한 지금도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적게는 수백에서 수천에 이르는 대기열을 볼 수 있었고 불과 보름 전만 해도 대기열 만 단위에 접속 대기시간만 무려 8~9시간을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이마저도 새로운 서버를 추가하고 서버 수용 인원을 확충하고서도 벌어진 일로 필자 또한 출시 3주 시점에서 약 1주간은 접속조차 하지 못했다.
이는 그만큼 클래식이 많은 게이머를 사로잡고 큰 성공을 거뒀다는 것을 방증하지만 그만큼 접속을 못 해 받는 유저들의 고통도 크다. 그렇다고 다른 서버로 옮기기엔 지금껏 키워낸 캐릭터와 공격대 등의 인맥을 쉽게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예 처음부터 1서버가 아닌 다른 서버에서 키운다 한들 시간이 흘러 제대로 된 컨텐츠를 즐길 수 없는 시골 서버로 전락해버릴 가능성도 크기에 쉽게 결정하기 힘든 사안이다. 다른 건 몰라도 서버에 대한 지속적인 확충과 유지 보수가 이뤄지길 바란다.
이처럼 클래식은 전성기 시절 와우를 보다 상향된 그래픽과 개선된 시스템으로 다시금 출시해 그 시절 WOW를 즐겼던 유저들에게 지난날의 재미와 감동을 또 한번 상기시켜줬고 신규 유저들에게도 마찬가지로 WOW 오리지널 시절의 수준 높은 게임성을 접할 기회를 만들어줬다.
이후 예정된 컨텐츠 업데이트 계획 또한 낙스라마스와 스컬지 침공 등 즐길 거리가 대폭 늘어나니 올해와 내년은 클래식 하나만 즐겨도 더할 나위가 없겠다.
김자운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