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일을 마지막으로 에어의 1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가 성공리에 종료되었다. 그간 비행선과 공중전 등 다른 MMORPG에서는 볼 수 없었던 컨텐츠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던 에어이기에 그 모습에 관한 게이머들의 궁금증 또한 상당히 높지 않았을까 싶다. 과연 에어는 그간 신작 대작 게임의 부재에 시달려 온 MMORPG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수 있을까. 지금부터 그 모습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 뭔가 검은 사막의 느낌이 약간…
에어는 기본적으로 클래스를 선택해 플레이를 진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대부분의 MMORPG가 사용하는 형태이기에 크게 특징적인 부분은 없는 모습. 클래스는 현재 탱커 계열의 워로드와 마법 캐릭터인 소서리스, 힐러 계열의 미스틱 및 근접 딜러인 어쌔신과 원거리 딜러인 거너가 준비되어 있다. 어찌 보면 클로즈 베타 테스트 상태이기에 가장 기본적인 클래스들만 구현이 되어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듯하다. 다만 각 클래스별로 성별이 고정되어 있다는 점은 분명 마이너스 요소가 될 듯싶다. 특히나 필자처럼 게임에서 남성 캐릭터를 안 쓰는 이들에게는 선택 가능한 캐릭터에 저절로 제한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워로드
소서리스
미스틱
어쌔신
거너
반면 캐릭터의 커스터마이징은 폭넓게 세팅이 가능하며, 세세한 부분까지 조절할 수 있다. 여기에 번거로운 커스터마이징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을 위해 제법 많은 세팅용 모델을 등록해 놓은 탓에 손쉽게 목록에서 원하는 외모의 캐릭터를 선택 가능하다.
비주얼 역시 최근에 만들어진 게임답게 몇 년 전 게임들에 비해서는 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의 MMORPG 중 최고의 그래픽 퀄리티를 자랑하는 검은사막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퀄리티라고 추측되는데, 이 두 작품 중 어느 것이 더 나은지는 그래픽 전문가가 아니기에 확실히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보기에는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는 거다). 다만 이번 테스트에서는 그래픽 옵션 설정 자체가 아예 없었던 만큼 추가적인 옵션이 구현된다면(그리고 모든 작업이 마무리된다면) 몇 년 전에 나온 검은사막 보다는 나은 퀄리티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아쉬운 점은 에어의 비주얼 느낌이 검은사막과 꽤나 흡사하다는 느낌이 존재한다는 것. 물론 지금까지 수많은 게임들이 등장해 왔고 비슷한 퀄리티의 게임이라면 어느 정도 닮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겠지만 에어를 플레이하면서 검은사막의 느낌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느낌이 그렇다는 거다…
이는 필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에어의 개성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본다면 퀄리티는 높지만, 개성 어린 비주얼은 아니라고 할까. 예를 들어 아키에이지와 검은사막을 비교해 보면 누구나 쉽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두 게임의 그래픽적인 특징이 다르다. 하지만 검은사막과 에어는 그 경계가 상당히 모호하다. 물론 이는 두 작품이 비슷한 그래픽 기법과 실사적인 모델링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 초반부가 이거 참!!
에어는 퀘스트 중심으로 진행되는, 전형적인 WOW 형태의 플레이 방식을 따르는 게임이다. 하지만 즐기는 느낌 자체는 지금까지의 국내 MMORPG 게임들과 보다 흡사한 편인데, 그러한 만큼 지금까지의 국산 MMORPG와 비슷한 형태의 플레이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듯싶다. 물론 이는 게임의 뼈대에 관한 이야기이고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다른 부분이 많다. 특히 공중으로 넘어가면 그 차이가 더욱 커진다.
퀘스트는 기본적으로 스토리 라인의 중심이 되는 메인 퀘스트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는 서브 퀘스트가 존재하며, 여기에 ‘라펀’ 이라는 특수한 NPC에게 받을 수 있는 색다른 퀘스트가 존재하기도 한다. 라펀은 특정 열매를 소비해 불러낼 수 있고, 현재 자신이 할 수 없는(추후 더 성장해야 가능한) 퀘스트를 주기도 하는 등 조금 다른 형태의 퀘스트를 주는데, 주어진 퀘스트를 수행할 수도 있고 판매도 가능한 상당히 특수한 퀘스트라고 할 수 있다.
전투 시스템 자체는 심플하다. 앞서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검은사막과 비슷한 느낌이 있다고 언급했지만 다채로운 조작을 요구하는 검은사막과 달리 에어는 딱 WOW 정도의 조작 수준을 보여준다(단, 공중에서는 조작이 조금 달라진다). 국내의 과거 온라인 게임들처럼 몹을 클릭하면 다가가 공격을 하는 식의 플레이는 불가능하며, 공격을 위해서는 반드시 수동으로 공격 범위 안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여기에 몹을 바라보고 있어야 공격이 가능하다) 사냥 시 지속적인 조작이 요구된다. 그만큼 간단한 조작에 비해 사냥 시의 피로감이 다소 존재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러한 피로감이 아니라 다른 애로 사항들이 많다는 부분이다. 그중에서도 게임 극 초반부의 플레이는 제법 문제가 많아 보인다.
최근의 게임들은 몹 하나를 처치하는데 드는 시간을 생각보다 길게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게이머들 역시 몹을 무한정 잡으면서 레벨업을 하는 데서 게임의 재미를 느끼기보다는 강력한 보스를 공략한다던가, 파티 플레이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등 즐거움을 느끼는 포인트도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에어는 몹 하나를 잡는데 걸리는 시간이 다른 게임에 비해 길다. 여기에 앞서 언급했던 번거로운 조작까지 같이해 주어야 하니 흥미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물론 그만큼 퀘스트 클리어에 필요한 몹의 수가 적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처음 플레이를 하는 이들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은 불친절한 사냥과 잘 안 죽는 몹들, 그리고 10레벨 이하의 초반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간간히 물약을 먹어야 하고 심지어 특정 퀘스트를 진행할 경우 캐릭터가 사망하기도 하는 등의 난이도 밸런스다. 과거 게임들은 몰라도 최근의 게임치고는 확실히 불친절한 난이도인 것은 확실하다.
게임 초 중반부가 어떻다는 것은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온라인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하는 이들이 기본으로 플레이를 하는 한 시간 정도를 어떻게 보내는가 하는 점이다. 하지만 에어는 이러한 극 초반부를 상당히 귀찮고 번거로우며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사실 게임 초반부는 마을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필드나 몬스터를 구경하면서 게임의 동기 부여를 만들어 가는 시점이다. 그런데 현재의 에어는 초반 플레이에 여유가 없다. 그뿐인가, 매우 늦은 레벨 업은 오히려 플레이 욕구를 심하게 떨어트리고 있다.
이러한 욕구 감소의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게임 시작부터 끊임없이 몰아치는 대화 퀘스트다. 사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이에게 세계관이나 기타 여러 가지 정보를 주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기본적인 것 정도는 알려 줘야 하고 ‘우리 게임에는 이런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미리 맛보게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게이머들이 실망하고 게임을 접어버리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에어의 시스템은 미숙했다. ‘꼭 보여 주어야 할 것’ 은 보여주지 않고 쓸데없는 대화 퀘스트와 세계관 이야기로 도배를 해 놓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에어에서 게이머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역시나 거대 비행선을 통한 사냥과 전투다. 다른 것들이야 타 게임에서 지겹게 해 왔던 만큼 새로운 비행선 시스템을 해 보고자 하는 욕심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비행선은 6레벨이 되야 처음 만날 수 있고 그것도 단지 훈련일 뿐이다. 당연히 정상적으로 비행선을 접해보려면 10레벨 이상이 되어야 가능하다.
문제는 이 게임의 레벨 업 시스템이 매우 느리다는 데 있다. 실제로 모든 이벤트와 대화 신을 스킵한다고 가정하고 플레이를 해도 6레벨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릴 정도다. 물론 이는 개인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당히 내용도 확인하고 주변 구경도 하면서 플레이를 한다면 넉넉잡아 2시간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필자가 빠르게 플레이한 것은 아닐지라도 플레이 한지 한 시간 만에 5레벨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정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 게임은 초반부부터 레벨 업 속도가 매우 느리다. 그리고 그 주요 원인에는 앞서 언급했던 대화 퀘스트가 위치하고 있다.
게임을 시작하면 이곳에서 저곳으로, A에서 B로 수없이 많은 이들을 만나야 한다. 그뿐인가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야 하고 심지어 특정 퀘스트의 경우는 음유시인이 연주하는 음악을 모두 감상해야 퀘스트가 마무리되는 여유(?)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게 한동안 런닝맨을 하고 나서 얻은 레벨은 단 2다. 비슷한 과정으로 4, 5 레벨쯤 주는 다른 게임에 비하면 시작 지점부터 다른 셈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재미는 물론이고 감동도, 흥미도 떨어진다. 그 후에 나오는 사냥터? 퀘스트는 하나씩 드문드문 떨어져 있는 구조이고 게임 템포도 늦다. 간간히 활강 퀘스트나 비행선 훈련 퀘스트 등 흥미로운 것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미 감정이 식어 버린 게이머들에게 어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럴 거라면 차라리 시작부터 비행선을 배경으로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얼마 있으면 이런 걸 탈 테니 조금만 참아 봐’ 식의 접근이 적어도 쓸데없는 대화의 나열보다는 더 흥미를 불러일으켰을 거다.
이건 난이도가 너무 높고…
결과적으로 에어의 이번 클로즈 베타 테스트는 시작이 잘못되었다. 무언가 불친절한 느낌에 레벨업도 느리고 게임의 템포 또한 루즈하다. 클베 참여자라면 일단 어느 정도 플레이는 하겠지만 일반적인 게이머라면 쉽게 질릴 만한 모습이 다분하다는 것이 개인적 의견이다. 아마 이 작품을 해 본 이들이 있다면 어느 정도 공감하지 않을까. 적어도 게임 극 초반부의 상당 부분은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 에어의 핵심은 하늘, 하늘이다!
게임 초반의 넋두리는 여기서 일단 끝내도록 하고… 에어의 시스템적인 부분을 살펴보면 다채로운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채집 시스템 및 유물 제작, 던전 및 룬스톤과 같은 보석 시스템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각종 임무 시스템과 특정 시간 동안만 열리는 월드 퀘스트, 공중을 포함한 탈 것 등 이것저것 즐길 것들이 상당히 많다.
무엇보다 다른 게임들과 차별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비행선 등을 활용한 공중 전투전인데, 비행선을 타고 공중의 보스를 공격하기도 하고 유저 간의 함대전이 진행되기도 한다. 그뿐인가, 공중 레이스가 열리기도 한다.
비행선은 혼자서 탑승 가능한 것부터 복수의 인원이 탑승할 수 있는 규모가 큰 것까지 존재하며, 비행선 외에도 혼자 탑승해 움직일 수 있는 윙슈트 등 다양한 것들이 있다. 이러한 탈것의 종류는 시간이 갈수록 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거대한 탈것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에어에서 비행선이라는 컨텐츠가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이유는 다른 게임들이 공중 탈것을 단순히 수송용이나 경관 감상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공중을 사냥터의 연장 선상으로 보고 있다는 부분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스 레이드를 진행하기도 하고 함대전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다른 게임들이 공중에서 지상을 볼 수 있는 정도로, 있는 그대로의 경관을 제공하는 것과 차별적으로 에어에서는 구름과 같은 특수한 배경이 추가되어 그 느낌 또한 다르다.
그 성장의 폭이 상당히 넓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동일한 것이라도 지상에서 하는 것과 공중에서 하는 것은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그만큼 지상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공중으로 넘어가면 ‘그럴듯한 것’이 되어 버린다.
공중을 떠돌아 다니는 부유섬을 찾는다던가, 하늘에서 침략해 오는 적들을 상대하는 등 생각만 해도 설렐 만한 일들이 가득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감은 결코 바다를 항해하는 ‘함선’과 비교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러한 핵심 컨텐츠를 서두에 배치하지 않은 것이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 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주렴!
에어는 분명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게임이다. 이 말은 잘만 다듬고 관리한다면 충분히 국내 MMORPG 시장에 있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공중을 배경으로 하는 컨텐츠는 MMORPG에 있어 블루오션의 영역이고, 게이머들의 흥미 또한 높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은 썩 만족스럽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모습이 된 원인 자체가 바로 게임의 초반부에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엄청난 컨텐츠가 있으면 뭘 하겠는가. 거기까지 게이머들을 잘 이끌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법이다. 현재는 참으로 ‘아마추어’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고 게임 초반의 모습이 게임의 관심을 떨어트리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계속 초반부 이야기만 하는 것 같지만 온라인 게임에서 초반부 플레이는 게임의 플레이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첫 번째 클로즈 베타 테스트라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변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생각이 있다면 결코 이런 식으로 게임을 내놓지는 않을 테고 말이다. 어쨌든 기다려 보면 좀 더 퀄리티 높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게이머들의 피드백을 받아 싹 바꿔 돌아온 아키에이지처럼 에어 역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