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서 펼쳐지는 해적 라이프??

[리뷰] 용과 같이 8 외전: Pirates in Hawaii
2025년 03월 12일 13시 41분 18초

‘용과 같이’ 시리즈는 야쿠자와 폭력, 그리고 성인용 오락과 같은 자극적인 소재에 왜색이 짙다는 부분으로 인해 시리즈 초기에는 국내 출시가 쉽지 않아 보였던 작품이다. 

 

하지만 일본 문화가 개방되면서 국내에 정식 발매가 이루어지고, 이제는 한글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시리즈 역시 어느덧 8편이 23년에 발매될 정도로 장수하고 있는 상황이며 다양한 외전을 통해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기도 하다. 

 

그보다 더 재미 있는 사실은 이렇듯 왜색이 짙은, 그리고 야쿠자를 주요 소재로 하고 있는 이 게임이 지금까지도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무게감 있는 스토리 라인과 중심을 잡아주는 액션, 그리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는 굵직한 핵심 캐릭터들이 이러한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듯하다.

 

참고로 8편에서 부제가 사라진 것과 달리 이번 외전은 '용과 같이 8 외전: Pirates in Hawaii’ 라는 부제가 붙었다. 과연 이후 작품 역시 또 다시 부제를 가지게 될 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 해적이 된 ‘마지마 고로’

 

이번 외전의 주인공은 ‘마지마 고로’ 다. 마지마는 용과 같이 시리즈의 세계관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이자,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캐릭터이며, 다양한 작품에 등장하고 있고 공동 주인공의 역할도 했던 캐릭터다.

 

특히나 이번 작품에서는 공동 주인공이 아닌 단독 주인공의 역할을 맡게 됐다. 무엇보다 다른 외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독특한 설정에서 작품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흥미롭다.

 

마지마는 이 작품에서 해적이 됐다. 배가 난파되며 외딴 섬으로 흘러가게 된 마지마는 과거의 기억도 없다. 그리고 기억을 찾기 위해 자신을 구해 준 소년 노아와 함께 바다로 나서게 된다. 

 

하지만 바다는 전설의 보물을 둘러싼 악당들이 활개치는 곳이었고 마지마 역시 자연스럽게 해적이 된다. 그렇게 동성회의 ‘마지마 고로’의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실 마지마의 시리즈 내 포지션은 ‘특급 조연’이다. 물론 일부 작품에서 공동 주연 격으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메인은 ‘키류 카즈마’와 최근 그 비중이 급격히 높아진 차세대 주인공 ‘카스가 이치반’이고, 마지마는 그 아래의 티어에 위치한다. 

 

이러한 마지마가 하나의 외전을, 그것도 단독으로 끌고 나가는 메인으로 결정되었다는 자체가 바로 이번 작품의 방향성을 보여주지 않나 싶다. 평범하지 않을 것 같다, 아니 매우 많이 평범하지 않을 것 같은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말이다. 

 

- 외전이라는 포지션을 잘 살렸다

 

8편과 동일하게 하와이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지만 이번 외전은 그 중심 무대가 조금 다르다. 심지어 야쿠자들의 암투와 같은 부분이 핵심도 아니다. 마지마의 ‘고로 해적단’이 중심이 되는 만큼 기존의 설정들은 곁가지에 불과하다. 

 

전투 시스템은 8편이 아닌, 이전 시리즈들과 비슷한 액션 형태로 변경됐다. ‘광견’은 기존 시리즈 스타일과 비슷한 전투 스타일이다. 반면 ‘파이리츠’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작품과 어울릴 법한 전투 스타일을 보여준다. 

 


친숙한 느낌의 광견 스타일

 

해적이 쓰는 검을 휘두르거나 총을 사용하고 와이어 훅도 공격에 사용된다. 확실히 이번 외전의 메인 테마라 할 수 있는 ‘해적’의 느낌을 상당히 자아내고 있는 전투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파이리츠 스타일은 ‘해적’이라는 명제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속도 자체가 빨라진 느낌이며 기존 세계관이 아닌 별도의 무대, 그것도 상당히 후한 설정을 가진 배경을 가지고 있다 보니 전투 자체도 보다 화려해진 느낌이다. 해적이라는 테마를 사용하고 있기는 하나 본편의 하와이 맵 플레이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8편을 즐긴 유저들이라면 익숙한 느낌이 상당히 많이 들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외전에서 새로이 등장하는 지역도 다수 있기에 완전히 비슷한 느낌이 들지는 않을 듯 보인다. 아래 소개할 해상전도 존재하고 말이다.

 

단 스토리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혼란스러울 법한 부분도 있다. 8편에서 그간의 핵심 캐릭터였던 키류의 세대를 마무리 짓고 이치반을 자연스럽게 새로운 주인공으로 부각시킨 상황에서 일종의 구시대 대표 주자 중 하나인 마시마를 외전의 주인공으로 한 것이 조금 이상하게 생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작품은 외전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세대가 바뀌는 시점이라고는 해도 굳이 외전의 설정이 본편을 반드시 따라가야 할 필요는 없다. 

 

외전은 말 그대로 원작과는 다른 이야기다. 또한 제작사가 ‘더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대상을 선택해 색다른 즐거움을 이끌어 내는 작품이기도 하다. 

 

- 일단 자잘한 현실은 무시하도록 한다

 

마시마가 주인공으로 발탁된 만큼이나 시리즈를 즐겼던 이들이라면 당연히 이 게임이 평범하게 흐르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했을 것이다. 실제로 유저들이나 매체들의 평 또한 그러하고 게임을 즐겨 본 입장에서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이 게임은 ‘용과 같이’가 아니다 마시마의 관점에서 바라본 새로운 해적의 이야기다.

 

사실 현대 시대의 해적은 과거 중세 시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물론 다른 배의 물품을 약탈하는 ‘근원적인’ 부분은 동일하지만 통제가 불가능한 후진국 지역에서 생계형으로 거행되는 상황이고, 낙후된 장비에 상황도 열악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원피스’ 같은 낭만과 희망, 꿈 따위는 전혀 없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놀랍게도 ‘천조국’ 미국 영토인 하와이 주변에 해적이 출몰한다. 심지어 중세 시대의 범선이 해적선으로 등장하는 낭만을 보이고 있다. 

 


마치 이순신 동상 앞에서 한복을 입은 검사들이 진검 승부를 펼치고 있는 느낌인 것이다

 

칼을 들고 싸우는 근접 백병전이 펼쳐지기도 하는 반면 범선은 재래식 포가 아닌 플라즈마 레이저까지 쏜다. 보물과 관련된 소식이 스마트폰으로 전해지고 마시마는 최첨단 번역기를 장착했는지 아무런 문제없이 다른 언어를 듣고 말한다. 

 

‘과연 마시마의 머리 속 해적은 이런 모습인가’ 하는 감탄이 들 정도로 개연성 자체가 안드로메다로 사라진 환장 세계관이 펼쳐진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이번 작품의 매력이다. 다소 정돈되어 있는 듯했던 모습과 고증, 현실성에 입각한 원작들의 기본 틀을 마치 비웃는 듯 새로운 세계가 여러분을 맞이한다. 그리고 ‘왜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여튼 말도 안되는 설정이지만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원작의 세계관에 충실한 유저들은 혹 이러한 내용이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외전이란 무엇인가, 원작에서 일부를 차용해 새롭게 탄생하는 창작물이다. 

 

최근 외전이 어느 정도 원작의 내용을 보충하거나 특정 캐릭터의 숨겨진 이야기 등을 다루는 형태로 많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원초적인 외전이란 이런 것이다. 원작의 캐릭터가 판타지 세계로 날아가 전혀 다른 모험을 하는 것도 외전의 또 다른 스토리 라인이고 원작의 내용과 전혀 다른 ‘페러렐 월드(시간대는 같지만 다른 스토리가 펼쳐지는 병렬 세계)’가 만들어지는 것도 외전의 또 다른 형태다. 

 

그리고 ‘용과 같이8 외전’은 마시마가 체험하는 정체 불명의 ‘해적 세계’다. 물론 해적이라는 컨텐츠 자체가 이 게임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원작과는 구분된다. 여기에 앞서도 언급했듯이 이상하게 재미 있다. 재미가 없었다면 단순한 뇌절 B급 게임이 될 수도 있을 만하지만 재미에 용과 같이의 세계관까지 같이 넣으니 상당히 그럴싸한 게임이 된 느낌이다. 

 


심지어 선원 스카우트 및 육성 등 키우기 요소도 존재한다


- 하와이에서 중세 시대의 ‘해적 라이프’를 즐겨 보는 게임??

 

사실상 이번 외전을 플레이 해 보면 왜 주인공이 마시마인지를 알 수 있을 법하다. 독특한 설정에 어울리는 캐릭터이고, 마시마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부분에 과학적인 설정 검증은 불필요하다. 어차피 그런 것을 감안해 만들어진 게임도 아니다. 조금 더 신선한 ‘용과 같이’를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이러한 ‘머리 속 상상’에만 국한되어 만들어졌다면 다소 게임성이 빈약해질 수 있었겠지만 이 속에 원작의 갬성도 적절히 넣었다. 다양하게 준비된 미니 게임, 그리고 해적질이 주가 되는 바다에서의 플레이와 원작 느낌으로 펼쳐지는 육지에서의 플레이가 조화롭게 어우려져 있다고 할까.

 

특히나 전투 시스템이 이전 스타일로 달라지면서 이 작품 자체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마치 ‘해적무쌍’을 연상시키는 듯한 전투가 펼쳐지기도 하고 기발한 서브 퀘스트의 재미 역시 상당히 높다. 

 

색다른 즐거움을 얻고 싶다면, 그리고 조금은 진중한 원작 대신에 보다 라이트한 즐거움을 추구하고 싶다면 충분히 즐겨 볼 만한 게임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느꼈던 만족감 또한 상당히 높았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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