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에이치투 인터랙티브는 틴달로스 인터랙티브가 개발한 '에이리언:다크 디센트' 한국어판을 PS5 플랫폼에 정식 출시했다.
에이리언:다크 디센트는 에이리언 프랜차이즈를 기반으로 전개되는 전략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게임 속에서 분대를 투입해 대규모 오픈 레벨에 침투하면서 임무를 방해하는 적들을 섬멸하고 간단한 조작을 통해 전략적이면서도 직관적인 명령을 내리며 플레이할 수 있다. 투입된 분대원의 죽음은 영구적이고, 적들은 플레이어의 플레이에 따라 더욱 강하게 분대의 목숨을 위협해오니 되도록 조심스럽게 플레이하는 것이 권장된다. 플레이어의 행동이 해당 작전 레벨에도 영구적 영향을 끼치니 더욱 임무를 위해 행성에 진입할 때 루트나 임기응변을 잘 해내야 한다.
본 타이틀에서는 페이스 허거나 에이리언, 에이리언 퀸, 프레토리언 등 IP 내의 여러 제노모프나 다른 종류의 적들이 등장하며 전반적인 시스템은 빗나가는 공격으로 유명한 모 게임과 비슷한 틀을 공유하나 게임이 실시간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행성 레테에 일어난 이변
게임은 국지적 폭풍이 발생해 레테와의 연결이 끊기면서 주변 함선들이 대기권 강하를 대기하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플레이어는 웨이랜드 유타니에 소속된 지구언으로 레테 행성 궤도의 부관제소장 마에코 헤이스로 게임을 진행한다. 본편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이 구역 자체가 변방 취급을 당하는 위치인지라 성격 등 여러가지 이유로 마에코가 관제소장과도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을 초반부에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모종의 이변이 발생한 것을 미리 감지하고 직접 확인하면서 에이리언 사태 확산을 보다 저지하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 결단이나 이후 마에코의 대응이 꽤나 인상적인데, 전염, 괴수 등 피해가 확산되는 소재를 다루는 매체들에서는 초기 사건 발생 시 발견자나 담당자들이 상당히 답답한 결정을 내려 일을 키우는 반면 주인공 마에코는 이럴 때를 위해 준비되었다고는 하더라도 스스로 케르베로스 프로토콜이라는 비상대책을 발동시켜 레테 궤도의 함선들을 공격해 파괴하거나 무력화를 시도한다. 심지어 나중에 합류한 해병대와 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얼버무리며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심지어 연구를 위해 제노모프 샘플을 가져다 달라거나 생포해달라는 연구실의 요청을 안전의 이유로 묵살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등 이런 소재를 바탕으로 한 매체의 책임자 캐릭터들 중에선 꽤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처세나 판단력이 좋은 주인공 캐릭터답게 스토리에서는 함선 오타고와 해병대 분대에게 지시를 내리는 역할을 맡는다. 해병대 직속 상관 조나스 하퍼와는 갈등을 겪게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는 게임의 시스템 중 작전에서 플레이어가 분대를 조작하는 부분에 대한 뒷받침이 되기도 한다. 이후 플레이어는 행성 레테를 비롯해 문제를 일으키는 에이리언들이나 다른 적대적 무리와 전투를 펼치며 인물 호위 등 여러 작전을 수행해나가야 한다.
솔직히 모델링과 모션들은 다소 아쉽다.
작전구역의 데이터패드를 찾아 해석하면 이런 짤막한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
■ 실시간으로 분대 지휘
서두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에이리언:다크 디센트의 게임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빗나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 어떤 게임과 많이 닮아있다. 오타고라는 함선 거점에서 분대를 관리하고 편성해 작전지에 내려보내고, 제노모프 샘플 등을 수집해서 연구소에 가져다주어 이로운 효과를 누린다거나 자원을 모아와 무기 개발과 도구 지참 등에 활용하며 작전에서 다친 해병들을 치료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는 등 실제 플레이해보면 아, 이런 부분들을 말한 것이구나 싶은 요소들이 제법 있다.
게임을 즐기면서 플레이어는 지속적으로 시간에 압박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작전을 내려보냈다가 귀환하면 1일을 보내야 하고, 여러 이벤트를 통해 불리한 결과나 이로운 결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특정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으면 행성 감염도가 점점 올라 제노모프들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더불어 후반에 가면 더욱 시간에 쫓기게 되니 작전에 나갈 해병들의 육성이나 행성 감염도 등에 신경을 쓰면서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고 가능하면 한 번 내지 두 번의 작전 파견으로 목표들을 전부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성비가 좋다.
분대 구성원들은 작전 수행 후 귀환하면 축적된 경험치에 따라 진급할 수 있고 클래스도 받는다. 디버프를 상쇄하기 위해 사실상 분대당 하나는 필요하다는 병장이나 저격총을 사용하는 클래스 등 무작위 클래스를 선택 가능하다. 진급 시 받을 수 있는 특성도 무작위이므로 데드아이와 같은 특성을 잘 받아낸 해병이 상당히 좋은 성능을 보여준다.
사태가 여의치 않으면 임무 도중 귀환하고 다음을 도모하는 방법도 있다.
분대원들은 작전을 수행하면서 제노모프를 비롯한 적들의 감지를 최대한 벗어나야 한다. 교전이 벌어지거나 큰 소리를 내면 적들의 이목을 끌 위험이 있고 환풍구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제노모프를 피하거나 대처할 방법도 필요하다. 지휘 포인트를 사용해서 근거리 샷건을 발사하거나 센트리 건 설치 등의 기술을 잘 활용하면 발생한 전투를 적은 피해로 수행하는 것도 가능하고, 달리지만 않으면 걸으면서 적을 공격할 수 있어 제노모프 등 접근했을 때 피해를 줄 수 있는 적을 상대할 때는 이런 상황이나 지형을 잘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정 특성이나 강화를 받은 상태가 아니라면 제노모프가 근접한 상태로 사망했을 때 산성 혈액을 맞아 피해를 입을 수도 있으니 거리 유지에 신경을 쓰자.
분대원들은 사망 직전까지 피해를 입으면 에이리언에게 끌려가버리기도 하며 전투가 발생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 단계에 따라 부정적 특성이 붙기도 한다. 이런 트라우마들이 생기는 것은 그래도 어느 정도 관리가 되지만 부정적 특성이 붙어있는 것 자체는 어쩔 수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해병들마다 플레이에 해를 끼치는 부정적 요소들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어서 분대 구성에 다소 머리를 앓게 한다. 또, 제노모프와의 전투가 발생할 때마다 제노모프 공격성이 향상되고 일정 구간마다 대량의 제노모프가 공격을 가하는 제노모프 맹습이 발생하기에 대비가 필요하다. APC/ARC가 있는 야외라면 이 근처에 포진한 상태로 막강한 화력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때때로 이런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구역에서 전투가 발생하면 다소 난이도가 높게 느껴진다.
든든한 국밥 차량
엄폐물 활용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투를 벌일 수도 있다.
■ 스토리는 좀 아쉬우나 게임은 즐겁다
일단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 처음에는 비교적 낮은 난이도를 선택해 플레이하는 편이 좋지만 도중에 난이도를 바꿀 수 없게 한 부분은 꽤나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난이도 조절 기능을 무조건 넣어야 한다는 절대적 규칙은 없지만 너무 어려운 난이도로 시작하면 게임을 배우면서 플레이하기에 제법 살벌한 난이도를 보여주기도 하고, 그렇다고 낮은 난이도에서 적응하면 그때부터는 게임이 꽤나 술술 풀리니 약간이나마 난이도를 높이고 싶어지기도 하는데 이럴 때 높은 난이도를 즐기려면 다시 처음부터 새로운 세이브 슬롯에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일부 컷신은 넘어갈 수 있어도 인게임 상황에서 진행되는 스토리 대화들은 생략할 수 없다는 점이 시간을 잡아먹는다.
스토리 이야기를 하자니 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가 다소 아쉬워진다는 점이다. 직접적인 스토리 언급을 피하고 몇 가지 이야기하자면 주인공의 특정 행동에 대한 설득력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나 극후반부로 갈수록 뭔가에 쫓기듯 후다닥 이야기를 마무리하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는 점, 묘하게 구멍이 있는 것 같은 스토리나 캐릭터들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제노모프나 어떤 요소 등에 쫓기는 것이 맞기는 하지만 어쨌든 본편 자체의 스토리 완성도는 다소 용두사미의 형태를 보인다. 또 일부는 추가 컨텐츠로 메울 여지를 둔 것인가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에이리언 팬이거나 해당 IP를 재미있게 봤던 경험이 있다면 꽤나 즐길만한 신작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의 진행 방식 자체는 조금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제노모프들이 추격하거나 대규모 맹습을 걸어오고 대형 제노모프가 압도적인 힘을 휘둘러대는 순간들은 꽤 긴장감을 느끼게 만들어준다. 덧붙여 에이리언 IP에서 볼 수 있었던 도구나 장치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은밀하게 한다면 최대한 은밀하게,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려면 공격적이게 해병들을 육성해 작전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만용과 작전을 잘 구분하지 않으면 영화 속 그 장교처럼 분대를 허망하게 잃을 수 있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