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지점은 스퀘어 에닉스의 로맨싱 사가 시리즈 중 최신 리마스터 작품 '로맨싱 사가 -민스트럴 송- 리마스터' PS5, PS4, 닌텐도 스위치용 소프트 한국어판을 지난 3월 30일 정식으로 출시했다.
로맨싱 사가 -민스트럴 송- 리마스터는 30주년을 맞이한 스퀘어 에닉스의 대표 RPG 중 하나인 로맨싱 사가의 최신 리마스터 타이틀로 로맨싱 사가3, 로맨싱 사가2, 사가 스칼렛 그레이스:진홍색 야망, 사가 프론티어 리마스터에 이르기까지 한국 및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사가 시리즈의 다양한 타이틀을 현지화해 출시했던 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지점의 새로운 퍼블리싱작이다. 1992년 슈퍼 패미컴 기종으로 처음 출시된 후 2005년 PS2 플랫폼으로 새로이 리메이크 되어 지금까지도 JRPG의 명작을 논할 때 종종 손에 꼽히는 로맨싱 사가 -민스트럴 송-의 리마스터 타이틀이다.
플레이어는 8명의 주인공 중 한 명을 선택해 선택에 따라 변화하는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프리 시나리오 시스템을 바탕으로 시리즈 고유의 번뜩임이나 연계 등의 배틀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고해상도로 향상된 그래픽이나 신규 요소 추가 등을 만나볼 수 있다.
■ 8인의 이야기와 각양각색의 이야기
JRPG를 언급하거나 명작의 반열에 오르는 JRPG를 이야기할 때에도 대부분은 선형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사가 시리즈의 경우는 마치 물가에 아이를 내놓는 것과 같이 자유도를 플레이어의 손에 쥐어준다. 캐릭터 고유의 이벤트들도 존재하고 이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나 큰 틀에서의 스토리가 존재하나 전반적으로 플레이어가 각종 이벤트나 퀘스트를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는 프리 시나리오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어 진행에 따라 플레이 도중 돌이켜보면 이야기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게임을 시작할 때 추가 요소 여부나 북미판 또는 일본판의 시간 흐름 등의 설정을 선택할 수 있어 입맛에 맞는 조정도 가능하다.
로맨싱 사가 -민스트럴 송- 리마스터의 경우 8명의 선택 가능한 주인공이 준비되어 있다. 귀족의 아들인 알베르트, 유목민 여성인 아이샤, 남성 모험가 그레이, 숲의 파수꾼 클로디아, 도시의 도적 자밀, 변경의 전사 시프, 해적 호크, 여행하는 무희 바바라까지. 각자 개별 이벤트나 초기 진행이 다소 다른 편이다. 상당한 자유도가 주어지는 캐릭터가 있는가 하면, 상황에 따라 초반 진행에 다소의 제약이 있는 캐릭터도 있다. 예를 들어 아이샤의 경우도 마을에서 대화를 나누고 멋모르는 상태에서 밖으로 나와 첫 패배를 겪으면 고유 이벤트가 발생하는데, 애초에 아이샤가 처음에 혼자 밖으로 나가서 패배하기는 상당히 쉬운 편이다. 이 이벤트를 마치고 나면 보다 자유롭게 프리 시나리오를 쌓아나갈 수 있다. 당장 가까운 마을로 이동해서 또 다른 주인공인 호크와 대화해 파티에 넣을 수도 있고, 여관에서 만날 수 있는 클론 캐릭터나 다른 네임드 캐릭터와 파티를 꾸리는 것도 가능하다.
여담으로 아이샤 이벤트의 저 남성 캐릭터 대사 연기는 예로부터 밈화될 정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보편적인 JRPG가 플레이어에게 앞으로 가야하는 메인 스토리의 방향을 손으로 하나하나 짚어주는 스타일이라면, 로맨싱 사가 -민스트럴 송- 리마스터의 스토리 시스템은 잠깐 고개를 돌렸다가 대사를 넘겨버리면 당장 뭐부터 해야할지 고민이 되게 만들 정도로 자유방임주의다. 게다가 퀘스트의 경우도 여러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소문의 형태로 정보를 접해서 이를 기반으로 플레이어가 유추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기도 하며, 전투 횟수 등으로 게임 진행도가 높아져 수행이 불가능해지거나 먼저 해결되어 버리는 퀘스트도 있어 완벽한 공략을 하고 싶다면 기존에 존재하는 로맨싱 사가 -민스트럴 송-의 공략 위키를 참고해야 할 정도다.
더불어 특정 동료나 보스와 싸우기 위해 회차 플레이가 필요하기도 하며 리마스터판에서 싸울 수 있게 된 강력한 적도 준비되어 있는 등 나름대로 기존 버전과의 차이점도 존재한다.
음유시인에게서도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 번뜩임과 난이도 높은 전투
기존의 JRPG식 전투가 마냥 쉽다고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사가 시리즈의 전투는 제법 난이도가 높은 축에 속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아이샤의 경우처럼 시작하자마자 마을 밖으로 나가 보이는 몬스터와 첫 전투를 했더니 한 방 내지 두 방에 뻗어버리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고, 풀 파티를 꾸려서 진행하다가도 수 틀리면 전멸이 발생하기도 하는 등 기본적으로 전투가 터프하다. 여기에 특정 공격 수단을 들고 싸움을 하다 보면 번뜩임이라는 시스템이 발동하면서 해당 무기의 스킬이 추가되고, 파티원들과 함께 싸우며 강력한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연계를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단 예부터 먹혔던 '국룰' 연계를 잘 사용하면 초중반부 진행이 상당히 수월해지기도 한다.
전투는 턴 방식으로 진행되고, 레벨이 아닌 전투 이후 각종 능력치가 향상되는 성장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때문에 캐릭터가 강해지기 위해 많은 전투를 수행해야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진행도 관련 문제로 제한이 걸리는 몇몇 퀘스트를 진행할 때까지는 적어도 전투를 적절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전투를 하다보면 점점 수월했던 적들이 강력한 적으로 변모해서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해당 지역에 깊이 들어간 상태라면 돌아가는 데에 꽤 애로사항이 꽃피기도 한다.
리자드맨들을 구하고 이어서 갈 수 있는 지역을 탐험하다 이런 적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
이는 LP 시스템에 기인한다. HP를 모두 잃거나, 전투에서 퇴각을 하거나 맵 어빌리티를 제한 횟수 이상으로 사용하면 LP가 줄어드는 시스템인데 여관에서 쉬는 등 회복 수단을 취하지 않고 LP를 모두 잃으면 해당 캐릭터는 해당 회차에서 영원히 퇴장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클래스명으로 파티에 가입하는 클론급 캐릭터들은 LP가 극단적으로 낮아 몇 번 퇴각하거나 전멸을 겪으면 바로 파티 아웃 수준이니 운용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제 앞서 언급한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강해진 적들이 등장해서 전투에서 쓰러지는 인원이 나오지 않기 어려운 상황이 됐는데 탈출할 수단도 없다? 파티도 터지고 게임도 터진다.
이외에도 스킬을 사용할 때 소모되는 BP와 매 턴 회복되는 BP를 잘 생각해야 연속으로 공격을 퍼붓기에 수월하며 장착한 무기들도 경우에 따라 내구도가 떨어져 파괴되지 않게 조절해야 한다. 심지어 통상 공격에도 내구도가 빠지는 케이스가 있어서 여러모로 전투 운영에서 안배해야 할 요소가 꽤 많다. 사가 시리즈를 처음 플레이하는 사람이라면 적응하기까지 제법 시행착오를 겪게 될 수 있다. 그래도 이런 난이도나 시스템들 역시 사가 시리즈 특유의 매력이기도.
전사와 마법사의 영입 당시 LP 상한이 3이니 이들을 넣으려면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 느긋한 마음으로, 그러나 철저하게
사실 여러 회차를 플레이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야 느긋하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첫 회차를 플레이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아니, 오히려 공략을 미리 찾아보고 플레이하는 예습성 플레이가 기본 소양은 아니니까 이쪽이 보편적인 방법이라는 생각도 든다. 다만 단기간에 컨텐츠 소화를 완수하고 싶다면 확실히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행할 수 있는 컨텐츠의 진행도를 살피는 등 사전 조사가 필요한 게임이기도 하다. 솔직히 말해 지금도 국내 커뮤니티에서는 일본의 민스트럴 송 위키에 비해 공략 관련 정보가 상당히 적은 편인지라 정보를 얻기 위해 일본 위키에 발품을 팔아야 한다.
컨텐츠의 소화율에서 떠나 로맨싱 사가 -민스트럴 송- 리마스터를 살펴보자면 그야말로 응, 이식 리마스터구나 싶은 느낌이 드는 부분이 많다. 그래픽 자체를 전면 수정한 것이 아니지만 확실히 해상도를 생각하면 그래픽을 깔끔하게 리마스터했다는 느낌을 준다. 대신 여러 편의성을 개선했다고는 하더라도 작금의 게임이라면 응당 있을법한 시점 조작이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꽤 치명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일단 이 작품 자체가 적의 심볼 접근이 상당히 빠른 편이기도 해 특정 맵 어빌리티들을 구사하기 전까지 회피가 매우 어려운데 시점도 고정인데다 엉뚱한 방향에서 정방향으로 돌아오기까지 제법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져 자유 시점 조작에 비해 페널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사가 시리즈 특유의 재미는 확실히 담고 있어 기존에 사가 시리즈의 팬이었다거나, 시스템에 매력을 느껴 새로이 입문하고자 하는 새 게이머에게는 도전해볼만한 JRPG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이젠 고전 게임이지만 무기 커스텀이나 파티원 선정의 자유도, 직업 변경 및 맵 어빌리티 시스템 등 상당히 방대한 컨텐츠를 자랑하며 더불어 로맨싱 사가 시리즈의 첫 작품 3D 리메이크의 리마스터격인 셈인지라 다른 리마스터 플레이에 앞서 이 타이틀을 플레이해보기에도 나쁘지는 않다. 대신 고전 게임 특유의 플레이 경험을 감내할 필요는 있다.
UI를 보면 알겠지만 오른쪽 스틱을 좌우로 움직이는 조작은 없고 상하로 움직여 맵 표시를 바꾸는 식이라 적응에 시간이 걸린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