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 고전 소설 삼국지에서 이 단어와 가장 적합한 인물을 말하라 한다면 역시나 최우선으로 떠오르는 것은 성이 셋이나 되는 상놈이라는 데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토탈워:삼국'의 신규 DLC 배신당한 천하에서는 바로 이 성이 셋인 상놈 여포가 플레이어블 세력으로 등장하게 됐다. 194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배신당한 천하 캠페인에서 플레이어가 새롭게 선택할 수 있게된 세력 지도자들 중 주요 인물은 역시 여포와 손책이다. 트레일러에서는 조조나 유비 등도 조금씩 등장시키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배신당한 천하 캠페인에 돌입하면 소개하는 신 세력의 중심은 여포와 손책 세력이었다.
캠페인 DLC가 추가되면서 신 세력들이 증가한 것은 물론이며 전설 장수 및 고유 초상화의 추가, 꽤 큰 규모의 FLC 컨텐츠와 버전업에 따른 새로운 메커니즘의 도입 등 배신당한 천하를 통해 다시 한 번 토탈워:삼국에 변화가 있었다. 연의 모드를 기준으로 소개한다.
■ 194년, 격동의 시대
배신당한 천하가 출시되면서 이제 토탈워:삼국에서 즐길 수 있는 캠페인 시작점은 네 가지가 되었다. 천명 DLC를 통해 해금되는 182년, 토탈워:삼국의 오리지널 시작점 190년, 어쩐지 잊고 싶은 DLC 팔왕의 난이 시작되는 291년과 배신당한 천하의 시작점 194년이 각각 네 개의 캠페인 시작 시기다. 배신당한 천하도 기존과 마찬가지로 선택할 수 있는 세력과 선택할 수 없는 세력들이 존재한다. 당연히 100년 가량 지난 291년에 시작하는 팔왕의 난 등장 세력은 전부 고를 수 없고 천명에서 추가된 한 왕실 소속 노식을 비롯한 일부 세력도 선택 불가능하다.
캠페인의 시작 시기인 194년은 동탁이 양아들 동포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다시금 격동의 난세를 맛보는 그 시기다. 이각과 곽사가 황제를 옹립하고, 양봉이 황제를 옹립하는 등 다양한 세력들이 각지에서 저마다의 목표와 야망을 불태우는 격동의 시기를 다룬다. 한편 소패왕이라 불리는 손책은 아버지 손견으로부터 물려받은 장수들과 옥새를 바탕으로 강동 지역을 정벌하게 되며 여포는 가장 치열한 상황이 벌어지는 중원에서 조조와 겨루며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캠페인 주요 세력인 두 세력 모두 고유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독자적인 승리 규칙을 세웠던 천명 캠페인과 달리 배신당한 천하 캠페인은 기존의 캠페인과 동일하게 천하를 평정하는 것이 목표다. 사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천명도 마찬가지로 넓은 땅을 차지하면 끝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이번엔 별도의 시스템 제약 없이 오리지널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세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캠페인 시기상 다양한 세력들이 조금씩 성장한 상태라 아주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닌 일부 개혁들이 완료된 진행 상태에서 시작된다.
■ 기세와 입지 관리 중요한 여포
여포 세력은 거의 여포의 원맨아미라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로 막강한 위력의 여포가 특징이다. 적병을 돌파하는데 유리하지만 장수를 상대하는 것에는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선봉장의 특성이 무력하게 여포는 적 병력을 도륙하는 데에도 능하고, 장수와의 결투에서도 압도적이며 결투 상황이 아닐 때에도 적장에게 치명적 피해를 입히는 전투의 명수다. 여기에 여포 세력에서 처음부터 함께하는 장료와 함께 전장을 누비면 적의 사기를 누르면서 여포가 위용을 떨쳐 전투 의지를 떨어뜨리고 결국 패주하게 만드는 압도적 전장 성능이 매력적이다.
여포의 세력은 서량기병 유닛과 더불어 고유 병과인 함진영, 비마대 부대가 존재하고 기세와 개인적 승리라는 고유 자원을 가지고 있다. 고유자원 기세는 전투에서 승리할 때마다 획득하는 자원으로 상승하는 기세를 소모해 피로도는 올라가지만 이미 행동력이 떨어진 부대의 행동력을 다시 100으로 회복시키거나 소규모 정착지를 무혈로 합병해버리는 굉장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적을 쓰러뜨릴 때마다 커지는 여포의 전설을 표현한 개인적 승리 자원은 위신을 비롯해 세력 전역에 이로운 효과를 발휘하지만 반대로 조정의 만족도가 일괄적으로 떨어지고 과하면 외교적으로도 고립되어 불리해지는 등 신경을 써서 관리할 필요가 있는 수치다. 부하의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기세 소모 능력 등을 적당히 활용하면서 개인적 승리와 기세를 통해 발생하는 효과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고유 목표라고도 볼 수 있는 '위대한 전사들' 시스템은 한 왕조의 유총이 가진 보물 진열대처럼 세력 고유의 시스템이다. 천하에 존재하는 강력한 무장들과 모사들을 몇 가지 카테고리로 묶은 위대한 전사들은 여기에 해당하는 적들을 무찌를 때마다 이로운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카테고리에 묶인 모든 위대한 전사를 쓰러뜨리면서 영구적으로 이로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라 의욕적으로 도전하게 만든다.
■ 강동에서 기반을 다지는 손책
한편 손책 세력은 상대적으로 탑 클래스의 장수 일부를 활용하는 여포 세력과 달리 아버지인 손견 세대부터 내려오는 인재 풀을 물려받아 고루 유능한 인재들을 갖추고 있으며 실제로 용맹했지만 다소 무모한 면이 있었던 그의 인생처럼 캠페인 속에서도 무모한 행운 수치에 목숨이 걸려있다. 일종의 시간 제한 세력 느낌으로 무모한 행운이 턴 경과에 따라 점차 소모되고 오리지널 캠페인에서 손견을 플레이해 강동 3부자가 쌩쌩하게 살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이것을 모두 잃으면 손책도 사망한다. 손책 세력에는 고유 유닛으로 범 호위대와 시종 근위대가 존재한다.
사실상 막강한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 강남 및 동오를 정벌하며 유능한 인재들이 포진했는데 이를 통한 시스템으로 전수받은 식견을 통해 인물 등급을 즉시 올릴 수 있다는 어찌보면 사기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다. 아무래도 이 캠페인에서 손책이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다른 세력의 소속 장수들처럼 느긋하게 레벨을 올리는 것보단 빨리 레벨을 올려 난이도를 조절하기 위해 넣은 시스템으로 여겨진다.
손책 세력의 고유 시스템은 '오의 유산'이다. 손책이 오의 유산에 대해 품은 야망을 성취하는 이 시스템을 통해 세력 부가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손책 세력의 핸디캡인 손책의 수명도 궁극적으로 오의 유산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뒤바뀔 수 있는 주요 시스템이다. 여포 세력의 위대한 전사들이 부가적 목표라는 것과 달리 손책 세력에서 손책으로 계속 이어가고 싶다면 사실상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이 오의 유산이기도 하다.
여포만큼은 아니지만 손책도 전투 방면에서 활용하기 좋은 장수인데다 평균 이상의 장수들이 많아 여포 세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세력이다.
반면 전투는 기존에서 큰 변화는 없었다.
■ 동오의 덕왕 일어서다…탄탄한 1.5.0과 FLC
190년 캠페인과 배신당한 천하 캠페인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신규 세력도 FLC로 추가됐다. 삼국지에서 주로 회자되는 인물 중 원대한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농담의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동오의 덕왕 엄백호가 이번 FLC의 주인공이다. 코에이 삼국지 등에서 묘사될 때 우스꽝스러운 이미지가 다소 강했던 것에 비해 토탈워:삼국에 추가된 엄백호의 외형은 꽤 멋들어지게 완성됐다. 백호 가죽을 한쪽 어깨와 허리에 두른 엄백호는 꽤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그의 세력 분류는 정강이나 장연과 마찬가지로 '도적'이다.
배신당한 천하 DLC의 출시와 함께 1.5.0 패치가 이루어졌는데, 꽤 큰 규모의 변경점들이 있었다. FLC 세력 엄백호와 함께 도적으로 묶이는 기존 두 도적들은 고유한 건물과 유닛, 관직 및 도적 세력 플레이 메커니즘 자체가 변경되어 기존에 정강이나 장연으로 게임을 즐겼던 사람들이라도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게 됐다. 여기에 10명 이상의 전설적인 장수가 대거 추가되었으며 고유 초상화를 얻은 장수들도 존재한다. 여포 세력의 진궁은 전설적 장수임과 동시에 고유 초상화를 지니게 됐으며 여포와 손책 세력에 소속된 장수들이 주를 이루지만 이들 외에도 194년 캠페인의 주요 세력 중 하나인 이각 역시 함께 묶이는 다른 인물들보다 먼저 고유 초상화를 얻었다. 조조 세력의 변부인이나 유비의 부인인 미부인을 비롯한 다양한 인물들이 고유 삽화를 가지고 있는 전설적 장수가 됐다.
오리지널 캠페인 190년의 세력도에도 변화를 주고, 각 세력에서 종종 들고 나오는 정예 병종으로 높은 공격력을 살린 보병전에 활용 가능한 참마도 병종도 추가됐다. 이외에도 영웅 유형의 밸런스 조정과 유지비 등 다양한 조정이 이루어져 잠시 토탈워:삼국의 플레이를 쉬고 있던 플레이어에게도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조건을 맞춰야 임명 가능한 관직 변화
■ 다양한 변화 부른 DLC
토탈워:삼국의 신규 DLC 배신당한 천하는 캠페인 자체의 시스템에 독특함을 주기보다 인물과 세력에 집중한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천명 캠페인처럼 진행이 빠른 캠페인은 아니지만 손책 세력으로 진행하면 상대적으로 다른 세력에 비해 쫓기면서 플레이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여포 세력으로 강대한 무력을 휘두르다 보면 자세력의 외교적 고립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한편 시기적으로 동일 시기에 진행된 1.5.0 패치를 통해 대규모 수정이 가해져 방대한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고 이를 통해 신선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 좋았다. 일단 여전히 창작마당 모드를 통해 더 큰 만족감을 얻는 상태이긴 하나 전설적인 장수 대거 승격은 좋은 일이다. 클론 무장과 클론 초상화를 지닌 장수들이 여전히 많지만 말이다.
세력 특성을 체감하기 좋아져 인상적이었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들도 있다. 좀 나아지긴 했지만 유지비 등에 쫓겨서 삼국지의 방대한 인재풀 중 일부만 뽑아 사용해야 진행이 수월하다는 점이나 DLC가 세 개나 나온 시점에서도 여전히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는 번역 상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좋아하는 장수라고 무턱대고 들였다가 만족도 관리도 어려워지고 유지비도 줄줄 새는 상황이 되곤 하며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속국이 되라는 걸 단순히 서로 협력하자는 얘기로 보고 수락했다가 자칫 순식간에 속국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래도 여포 세력과 손책 세력으로 신규 캠페인을 즐기는 맛이나 1.5.0 패치의 변경점들이 맞물려 이번에도 다양한 변화들이 생겼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단순히 돈을 주고 만족도 관리를 하는 용도였던 관직 시스템의 개편 등 기존에 무의미했던 것들의 변화도 있었고 세력 카테고리 전체의 메커니즘을 변경하는 것처럼 대대적인 변화도 있었으니 그간 토탈워:삼국을 쉬던 사람들이라도 복귀해서 잠시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강동의 이교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