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샷이 2020년 3월 2일로 창간 20주년을 맞는다. 자고 일어나면 트렌드가 바뀌는 IT세계에서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은 시간동안 게임샷은 묵묵히 한국게임산업을 지켜봤다.
게임샷이 창간 할 2000년 3월에는 스타크래프트가 PC방에서 유행하고 '리니지'와 '바람의 나라'가 기지개를 펴면서 한국게임산업의 태동을 알리고 있었다. 당시 게임은 마니아들의 전유물에 불과한 젊은 사람들의 취미로 취급되었지만 지금은 국내 10대 수출품에 콘텐츠 수출의 60%가 게임일만큼 국가의 중추적인 핵심 산업이 되었다.
게임샷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게임샷 20년 한국게임산업 25주년'이라는 주제로 향후 두 달동안 한국게임산업의 리더들을 만나 집중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 등재, 주 52시간제로 불거진 노사갈등, 중국의 판호 문제 등 국내 게임업계를 둘러싼 고비마다 이목이 집중되는 단체가 있다. 바로 한국게임산업협회다.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국내 게임산업의 진흥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나서야 하는 한국게임산업협회를 이끌고 있는 강신철 협회장을 만났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강신철 협회장
- 연말은 어떻게 지내셨는지?
'게임인의 밤'을 두 번째 진행했는데,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라 참 좋았다.
- 그 어느때보다 다사다난 했던 2019년을 보낸 소감은?
게임산업이 기본적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보다 도움이 되고자 하는 부분에서 열심히 했다. 올해는 성인대상 온라인 게임 결제한도 폐지 등 게임 산업 진흥 정책에 대한 결과물이 나와서 기뻤지만,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 등재 때문에 힘든 한 해였다. 장기적인 과제로 생각하고 차근차근 풀어나가려 한다.
- 2020년 역시 질병코드,주52시간,중국판호,중화권 수출감소,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 많은 산적한 문제들이 있다. 어떻게 풀어나가는 것이 현명할까?
부정적 이슈들에 대해서는 업계인이었을 때 보다는 협회장으로서 바라볼 때 더 큰 문제로 느껴지고 있다. 그만큼 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과거보다 나아진 경향이 있지만, 아직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이 존재한다. 이는 바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바꿔나가려한다.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는 더 긴 호흡으로 사회를 이해시켜나갈 계획이다.
주52시간 근무제도는 게임 산업의 특성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개인의 생활을 누리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 아니라, 게임업계 특성상 특정 시기에 근무시간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임산업을 일반 제조업과 같이 바라보면 안된다. 창의적인 산업이라는 특수성에서 오는 특이점은 많이 논의 되어야 한다. 다만 영화나 다른 분야에 비해 자유도가 약한 것이 아쉽다. 유럽같은 선진국들의 콘텐츠 제작 노동환경을 보면 우리나라보다 더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추가 근무는 프로젝트 종료 이후 그만큼의 휴가를 쓰게 하는 것으로 보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판호 문제는 중국게임협회와 교류중이고 해결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지만, 이 문제는 정부간에 풀어야 완전히 해결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도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시그널이 오고 있으며, 늦어도 상반기에는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해외와 비교에 콘텐츠 제작환경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는 프로젝트가 끝나고 쉬는게 불가능하지 않나.
기업들이 변해야 하는 영역은 분명히 있다. 최근 유저들은 '긴급패치가 자주 있는 게임은 좋은 게임이 아니'라는 인식이 크다. 게임 출시 초기의 불안정한 상황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이런 부분을 인식하고 최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하고 대비해서 출시해야 한다. 출시 이후 고생한 직원들에게 제대로 된 휴식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기업의 경쟁력을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 대한민국 게임산업은 14조원의 거대시장으로 발전하여 이제는 세계 4,5위권으로 발돋움 했지만 갈수록 국내게임업체들 해외 경쟁력이 떨어지고 국내 내부에서는 양극화 문제로 힘들어 하고 있다. 우리 게임업계가 나가야 할 방향은?
개별 기업이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게임 시장 환경이 변해서 그러한 것이라 생각한다. PC온라인 시장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30%에서 큰 경쟁력이 상실한 것 같다. 누가 잘해서 누가 못해서가 아니라 플랫폼 환경이 변한 것이다. 양극화 이슈는 어쩔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특히 한국에서는 하나의 작품에 올인해서 투자하고 다음은 없는 환경이 이런 결과를 만든 것 같다. 또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꾸준히 매출을 내고 성장하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모바일 게임을 넘어 다양한 플랫폼들이 있다. 이제는 한국기업들과 경쟁이 아니라 전 세계 게임업체들과 글로벌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 남을 수 있을지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 게임개발의 패러다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대박을 꿈꾸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게임개발을 그냥 직업으로 기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 모두 괜찮다고 생각한다. 게임업계가 꾸준한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생각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 최근 국내 게임업체들의 콘솔 플랫폼 진출이 활발하다. 이에 대한 생각은?
최근 뿐만이 아니라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도전했는데, 최근 콘솔 시장에서도 다운로드 부분이 활성화되면서 더욱 활발해졌다고 본다. 글로벌 시장에서 콘솔이 메이저인 것은 사실이며, 다양한 플랫폼으로의 진출 노력은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1996년을 국내 게임산업이 산업화 된 기점으로 잡는다고 한다면 딱 25년이 흘렀다. 한국게임산업의 지난 25년을 되짚어 본다면?
이런 이야기를 할 짬밥이 될지 모르겠지만(웃음) 기존 PC 패키지게임으로는 산업화가 힘들었지만 바람의 나라, 리니지, 미르의 전설 등 그래픽 온라인 게임이 등장하면서 산업화가 될 수 있었다. 이것은 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도전하신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들 조그마한 사무실에서 시작해서 지금의 성과를 이루었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모범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국내 게임산업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지만 결국 강력한 경쟁자로 성장했다. 때문에 미래가 창창하다고 이야기 못하겠지만 글로벌에서 원탑은 아니어도 리딩하는 기업들로 존재할 수 있으리라 본다.
- 협회장을 하면서 제일 아쉬웠던 점과 반대로 자랑스러웠던 점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 종사자들이 많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 그만큼 시장이 치열하다는 증거지만, 그런 분들에게 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고 있다. 또 협회장으로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쉽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게임산업을 잘 모르면서 그냥 무턱대고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많아 아쉽다. 많은 이해 관계가 걸려있어서 어렵지만, 게임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긴 호흡으로 풀어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 현 정부들어서 결제한도폐지를 비롯해 긍정적인 것이 많다. 결제한도폐지는 정부가 처음으로 지켜준 약속이라 기쁘다. 국가나 사회가 좀 더 노력하면 좋겠다.
- 협회가 대형게임업체들의 목소리만 대변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작은 기업들은 투자 유치를 가장 어려워하기 때문에 정부에 경제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펀딩과 정책 이슈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작은 개발사를 운영하는 지인들이 주변에 많아 항상 이야기를 듣고 있다.
- 자율이긴 하지만 확률형아이템 자율규제를 안 지키는 업체가 많았다. 최근에는 법제화까지 되었는데
안 지켜지는 부분이 안타까웠지만 법제화 된 만큼 앞으로 긍정적으로 이뤄질 것이라 본다. 다만 산업이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율규제가 우선시 되어야 하는데 '법제화 된 것만 지키면 된다'는 인식이 생길까봐 걱정이 된다.
- 최근 떠오르고 있는 '공정'의 키워드에 대한 생각은?
국내 게임산업의 성장에 '부분유료화'가 큰 요소가 됐다고 생각한다. 정액제 시절에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부분유료화로 이러한 점을 해소시키면서 산업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본다. 오토플레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바라보는 이에 따라 부분유료화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게임 내에서 상위권에 들고 싶지만 시간은 없고 돈은 있는 이용자들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런 점에서 부분유료화에 대한 찬성도 반대도 다양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부정적인 것 보다 긍정적인 피드백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미래 세대를 잡지 못해 한국게임이 외면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업들이 이윤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용자들의 변화에 부합되는 서비스를 찾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변화 된 이용자들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겉으로는 보이진 않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또 기존의 기업들이 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기업들이 미래 세대에게 어필하면서 강자로 성장할 수도 있다.
- 게임을 하는 시대에서 보는 시대로 바뀌면서 e스포츠도 본격화 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에 대한 협회장으로써의 생각은?
우선 게임영상을 많이 본다는 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본다. 그 중에서도 e스포츠가 부각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e스포츠 종주국'에 걸맞는 국산게임이 없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지난 WCG2019에서도 종목사의 위력을 실감했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종목사로 위력을 가졌으면 좋겠다.
- 전 세계적으로 오프라인 게임전시회가 쇠퇴하고 있다. 지스타 역시 눈요깃 거리로만 전락했다는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특히 2019년 지스타에서 B2B는 망했다는 악평까지 쏟아졌다.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오프라인 전시회에 대한 게임업체들의 접근방법이 바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다른 게임쇼 역시 마찬가지다. 그나마 우리가 나은 것은 콘솔 플랫폼이 메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콘솔 게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게임 전시회는 구성이 쉽지 않다. 지스타에 대형게임업체가 안 나오는 것에 불만이 없지 않으나, 어떻게 하면 이들을 유치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보다 나은 전시회가 될 수 있을지 끝임없이 고민을 하고 있다.
1인 미디어, 이스포츠 중계 위주라는 비판은 알고 있지만, 참가사들로부터는 참가할만 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B2B에 대해서는 말이 많지만 실제로 참가자는 매년 늘고 있고, 그 중에서 바이어는 확실히 증가했다. 작년만 해도 10% 이상 늘었다. 국내 글로벌 전시회 중 자비를 들여 참관하는 전시회는 지스타가 유일하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특히 해외 바이어들은 한국의 지스타는 참가해야 한다, 교류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그런 점에서 지스타의 경쟁상대는 '게임스컴'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아시아에서 존재감 있는 전시회가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 올해로 협회장 6년차인데 향후 어떤 협회장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모든게 좋을 때 활동하셨던 권준모 회장님이 부럽다.(웃음) 게임산업에 일찍 진출한 사람으로 산업에 기여하고 싶은데, 사회적인 개선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게임업계에 어느정도 기여하고 회장직을 내려놓고 싶었는데 (주변 환경이) 계속 더 하라고 시켜주는 것 같다. 앞으로 산업 진흥에 중점을 둔 협회장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더욱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다.
[특집] 창간 20주년 인터뷰 1. 한국게임산업협회 강신철 회장 (현재글) 9. WCG 서태건 공동대표 10.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 11. 에픽게임즈코리아 박성철 대표 12. 넷마블 이승원 대표 |
김성태 / mediatec@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