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샷이 2020년 3월 2일로 창간 20주년을 맞는다. 자고 일어나면 트렌드가 바뀌는 IT세계에서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은 시간동안 게임샷은 묵묵히 한국게임산업을 지켜봤다.
게임샷이 창간 할 2000년 3월에는 스타크래프트가 PC방에서 유행하고 '리니지'와 '바람의 나라'가 기지개를 펴면서 한국게임산업의 태동을 알리고 있었다. 당시 게임은 마니아들의 전유물에 불과한 젊은 사람들의 취미로 취급되었지만 지금은 국내 10대 수출품에 콘텐츠 수출의 60%가 게임일만큼 국가의 중추적인 핵심 산업이 되었다.
게임샷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게임샷 20년 한국게임산업 25주년'이라는 주제로 향후 두 달동안 한국게임산업의 리더들을 만나 집중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
그 동안 '규제'의 시각으로 게임 산업을 바라본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게임학회장과 게임문화포럼 위원장 등을 맡으며 게임 산업에 깊은 애정과 관심을 보여온 이재홍 교수가 제 3대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부터다.
2018년 취임 당시 "건강한 게임생태계 마련 및 산업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합리적인 사고로 열심히 업무에 매진하겠다"며 "임기 3년 동안 게임업계와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통하여 객관적이고 투명하고 공정한 위원회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게임 산업과의 상생을 예고했던 이재홍 위원장.
특히 몇몇 중국 모바일 게임들이 국내 게임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면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역할과 행보에 주목되고 있는 요즘, 어느덧 취임 3년차에 접어든 이 위원장을 만나 그 동안의 성과와 향후 계획 등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이재홍 위원장
- 그 어느때보다 다사다난했던 2019년을 보낸 소감은?
2018년 취임 첫 해에는 여러가지 기반을 다지느라 바빴던지라 2019년에야 본격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되어 매우 보람 된 한 해였다. 학자 출신이라 부족한 부분이 많았는데, 게임에 대한 상식은 물론 그 외에도 갖춰야 할 것은 갖추는 계기가 됐다.
작년엔 특히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고 내외부로 소통하는데 집중했다. 그러면서 게임과 관련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고, 앞으로 위원회가 가져가야 할 문제를 생각하게 됐다.
지금까지 게임위는 등급 심의와 사후 관리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앞으로 남은 1년 반 동안 생태 관리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고 연구 파트와 교육 파트를 더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지금까지의 '규제 기관'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산업을 진흥하는 생태 기관으로 인정 받고 싶다.
이 외에 게임물 심의에도 국제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아시아 중심의 심의 협의체를 만들고자 준비 중이다.
- 지난해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 참여했던데
작년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마지막 날에는 제1회 e스포츠 챌린지와 굿 게이머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자동차 엑스포였던 만큼 게임과 관련이 있겠느냐 싶겠지만, 오히려 이런 부분에서 게임의 순기능을 알려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과도 매우 좋은 편이어서, 게임문화와 e스포츠의 결합을 통한 독립적인 게임 페스티벌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에 올해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게임 문화 축제를 열 계획이다. 청소년들과 부모들이 2박 3일동안 함께 하는 문화 축제로, 교육 뿐 아니라 e스포츠를 통해 신나게 놀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것은 3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 2020년 역시 질병코드,주52시간,중국판호,중화권 수출감소,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 많은 산적한 문제들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결국 생태의 문제라고 본다. 전세계적으로 '게임은 문화'라는 공통분모가 생겼다. 그 동안은 게임을 그냥 산업으로 보았지만, 질병코드나 주52시간제 모두 '문화'의 틀에서 봐야 풀릴 수 있다. 바다이야기 사태 당시만 해도 게임은 '산업'이고 '도박'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게임은 문화'라는 인식에 대부분이 공감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 된 것이다.
그런 만큼 지금이야말로 국가가, 국회가, 학회나 업계가 앞장서서 새로운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 혁명에서 게임이 진정한 '먹거리'로 남아야 하고, 그걸 대중에게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기본 인프라가 충분히 구성 된 나라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국내 게임업계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국내 게임업계는 초기만해도 기술력으로 강국이 됐다. 그러나 중반기 이후 전 세계 기술력이 평준화 되면서 이제는 기술이 아니라 콘텐츠로 승부해야 하는 시대다.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기술력을 보면 이제는 깜짝 놀랄 수준이다. 지금의 현실을 알면서도 그대로 있으면 안된다. 이제는 과거 '온라인게임 기술강국'인 것을 잊어버려야 한다. 대장금이나 겨울연가 같이 해외가 열광할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콘텐츠 강국으로 나가야한다.
해외에서 쓰는 말 중에 'K-팝'은 있어도 'K-게임'은 없다. 그만큼 세계에서 먹히는 한국 게임이 적다는 것이다. 대형게임업체는 기존 IP로만 먹고 살고 있고, 작은 업체는 '리니지' 같은 게임만 만들고 있는데, 이런 게임은 길게 가지 못한다. 작은 업체든 큰 업체든 '창의적'으로 개발에 임해야 한다. 새로운 대형 IP 창출은 물론, 연구와 모험을 감행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은 특히 대형게임업체들에게 그 책임과 책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 온라인게임과 e스포츠 종주국으로써 대한민국 위상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봐야할까? 아니면 종주국의 위치를 찾기위해 노력해야 할까?
근대 올림픽이 인류의 놀이에서 시작됐듯, e스포츠도 자연스럽게 종목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종목으로 지정됐지만, 그 중 국내 게임이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전세계적으로 e스포츠의 저변이 확대됐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현상에 편승하되 질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e스포츠 종목에 한국 게임이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게임학회장을 하시다가 이제는 게임물관리위원장을 하시는데 두 조직을 비교해 본다면?
그러고보니 게임 쪽에서 20년을 지냈다. 게임물관리위원장 전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분쟁조정위원회, 한국게임학회 등을 거쳤다. 게임 관련 논문만 50여개 쓴 것 같다. 학계는 연구 중심이고 진흥 분야로는 단편적이었다. 학계에 있을 때는 거시적인 안목보다는 미시적인 안목이 강했고, 제자들을 키우는 입장에서는 무조건적으로 응원을 보냈다.
그러나 기관에 들어오니 비판적인 생각도 생기고 진흥도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보다 거시적인 안목을 갖게 됐고, 건강한 생태계가 무엇인가 고민하게 됐다. 애국자가 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웃음) 비단 관계자로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게임산업이 놀이문화의 수준을 넘어 4차 산업의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 게임물관리위원장을 하면서 제일 아쉬웠던 일은?
작년 초 주전자닷컴과 관련한 일로 억울했다. 기본적으로 비영리 창작물은 면제하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게임과 인디 게임은 사실상 묵인하고 용인했었는데, 이러한 비영리 창작물을 가지고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끼리 경쟁하면서 발생한 일이었고, 커뮤니티나 언론에 일파만파 퍼지면서 수습하기가 힘들었다. 그 중에서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규제기관으로만 비춰지는게 속상했다. 그래도 다행히 개정이 되는 계기가 되어 지금 되돌아보면 '호사다마'가 됐다고 할 수 있겠다.
- 반대로 잘했던 일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PC 온라인게임 결제한도 폐지를 꼽을 수 있겠다. 또 정책연구소를 발족하면서 노사간 소통 문제도 어느정도 해결 할 수 있었다. 이 외에 모니터링단을 운영하면서 경력단절 여성과 장애인, 소외계층 등에게 기회와 보람을 제공했다고 자평한다.
이재홍 위원장
-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외국게임 특히 그 중에서도 중국게임들의 시장교란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아 국내 게임업체들이 역으로 피해 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화가 나는 일이지만, 개인적인 생각과 조직은 다르다. 게임위가 모든 권한을 다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선정적인 광고만 해도 우리 영역이 아니고, 그렇다고 외산 게임만을 대상으로 제재를 가하는 것도 어렵다. 우리나라는 자유시장 경제를 추구하는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또 구체적인 제재를 가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저작권위원회 등과 협력해야 한다. 무조건 '중국 게임에 강력하게 대처하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해외 사업자와 발생하는 문제들에는 해외 사업자를 처벌하기 보다는, 국내 기업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일을 찾아 나설 계획이며,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방법을 터득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자율이기 하지만 확률형아이템 자율규제를 안 지키는 업체가 많았다. 최근 법제화까지 되었는데 어떻게 생각시는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는 자율규제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게임위의 소신은 '자율 규제로 가야 업계 스스로 자정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이나 중국에서는 도박으로 취급하고 있지만, (확률형 아이템의 탑재는) 전세계적인 흐름이다. 거스를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다만 국내 게임업체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과금을 더하면서 비극이 시작됐다고 본다. 확률형 아이템에만 회사의 수익을 기대는 것에서 탈피해야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 이런 상황이면 산업에 위기가 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맥락에서 구독 시스템이 활성화 되는 것에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콘텐츠의 범람 속에서 좋은 콘텐츠를 가려내고 취하겠다는 것이 게임 이용자들의 생각이다. 서점도 그렇게 되고 있는 상황이고, 게임도 구독 시스템을 추구하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
- 애플과 구글같은 플랫폼홀더들의 힘이 세져서 세계적으로 게임물 관리 통제시스템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글로벌 기업들의 장악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그들은 쉼없이 자기기술을 쌓아나가지만, 기관은 그들에 비해 힘이 부족하다. 그래서 자체등급 분류를 도입했고, 구글 및 애플도 자체등급 분류자로 지정되다 보니 더 많은 협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현상이다보니, 다른 나라들도 사업자와의 원만한 해결책들을 강구하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 협의체 및 동남아 협의체를 구성해 애플이나 구글에 제대로 대응하려고 한다. 다만 리딩(leading) 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기생충'이나 BTS 같은 강력한 콘텐츠가 있어야 그들도 우리를 무시하지 못한다. 배틀그라운드 정도도 좋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게임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여전히 블록체인에 대한 입장이 애매모호하다. 정확한 입장은 어떻게 되는가?
4차산업에 필요한 기술 중 블록체인과 관련 된 기술이 많아서 관심있게 보고 있다. 다만 '진주'와 같은 블록체인이 '돼지 우리'가 되게 하지 말자는 생각이다. 블록체인의 순기능, 정보와 시스템적인 기술을 게임위에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게임업계는 '블록체인'은 없고 '가상화폐'로 사행성만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좋은 기술을 가지고 이러면 안된다. 돈을 벌기 위한 출구를 찾는 입장은 이해되지만, 안방에 도박판을 차려달라는 주문 밖에 안된다.
게임위는 청소년을 보호하고, 사행성을 막아야 한다. 바다이야기 사태가 근절되지 못한 만큼 사행성 부분은 여전히 게임위에서 경계하고 있다. 때문에 가상화폐로 연결되는 블록체인은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올해로 위원장 3년차인데 향후 어떤 위원장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게임산업을 서포트 할 수 있는 관리기관으로 거듭날수 있는 것이 목표이다. 게임 산업의 성장 동력에 조금이라도 일조했으면 좋겠다. 등급제도에 있어서 자체 시스템을 안착시키고, 사후 관리에서도 모니터링 센터를 계속 활성화 시키고 싶다. 또 정책위원회도 발족을 준비 중이고, 7월에 있을 문화축제도 열심히 준비 중인 만큼 건강한 게임문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다.
[특집] 창간 20주년 인터뷰 5. 게임물관리위원회 이재홍 위원장 (현재글) 9. WCG 서태건 공동대표 10.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 11. 에픽게임즈코리아 박성철 대표 12. 넷마블 이승원 대표 |
김성태 / mediatec@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