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난이도는 높지만 화끈한 쏘는 맛, '마라톤'

냉동 보관소까지 야무지게
2026년 04월 23일 19시 34분 53초

데스티니와 헤일로 시리즈를 개발한 번지는 지난 3월 신작 PvPvE 익스트랙션 서바이벌 FPS '마라톤'을 각 플랫폼에 정식으로 선보였다. 데스티니 가디언즈로부터 약 9년 만에 만나는 번지의 신작이었다.

 

마라톤은 번지에서 개발했던 마라톤 트릴로지의 후속작이다. 사실 당시 마라톤 시리즈를 플레이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이것이 첫 마라톤 시리즈 입문작인데, 알아보니 기존 트릴로지의 장르는 SF 세계관 속에서 펼쳐지는 1인칭 슈팅이었다. 1인칭 슈팅이라는 점에서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익스트랙션이라는 사뭇 다른 장르를 시도한 것.

 

지금의 번지에 대한 여러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그간 헤일로 트릴로지나 헤일로3:ODST, 데스티니 가디언즈 등을 플레이하면서 형성된 이미지는 이것이다. 다른 모든 것을 제쳐두더라도 '슈팅의 맛'은 확실히 챙겨주는 개발사라는 것. 이번에 선보인 마라톤 역시 그런 기대감을 갖고 플레이해봤다. 기종은 PC 스팀이다.

 

 

 

■ 역시나 쏘는 맛은

 

게임을 시작하고 바로 느꼈다. 이거 쏘는 맛은 역시나 번지답구나.

 

전반적인 총의 종류는 현대전 바탕의 FPS들과 비슷하게 피스톨, 라이플, 소총, 샷건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편이다. 그러나 사용되는 탄환이 배터리를 사용하거나 물리적인 탄환을 사용하는 케이스가 따로 존재하며 어떤 총기를 사용해도 조금씩 다른 느낌을 주면서 여러 무기를 사용해보는 초반의 경험이 꽤 괜찮았다.

 

 

 

교전에서도 총기를 격발해 적을 맞췄을 때, 내가 맞았을 때 타격감과 피격감이 전체적으로 좋았다. 또, 이동과 총기 및 아이템 사용 또한 속도감 있고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편이라 전투의 즐거움이 확실히 컸다. 심지어 PvP가 아닌 PvE 적으로 등장하는 UESC 병력들과 싸울 때도 다른 플레이어와의 교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즐거우면서 긴장감도 있다.

 

한편 게임 플레이는 상당히 하드코어한 편이다. 후술할 냉동 보관소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맵 크기가 작은 편인데 대부분의 퀘스트 목표 및 맵의 기믹들은 한 번 시작하면 사방에 광고를 해대는 느낌으로 소란스럽다. 거기에 UESC 병력들 또한 수시로 등장해 자칫 잘못하면 순식간에 맵 안의 다른 팀에게 여기 있으니 잡아잡숴라하고 정보를 뿌려대는 느낌이다.

 


물론 그만큼 리턴이 있긴 하다

 

게다가 죽어도 아이템 하나에서 두 개 정도는 들고 나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안전 포켓 시스템이 없어 각기 다른 세력의 의뢰를 수행하는 것도 상당히 고난도이며, 심지어 상당수의 의뢰는 '한 번의 임무에서'라는 조건을 달고 있어 몇 개의 목표를 한 번에 죽지 않고 성공해야 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전체적인 컨텐츠 자체가 높은 난도를 보여준다.

 


한 번의 임무 제발 멈춰

 

■ 냉동 보관소를 위해 모아라

 

냉동 보관소는 정식 출시보다 더 나중에 추가된 마라톤의 엔드 컨텐츠다. 출시 직후 리뷰를 바로 하기보다 냉동 보관소까지 출시된 후 완전체 상태의 마라톤을 플레이해보면서 진행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에, 냉동 보관소를 기다렸다. 확실히 엔드 컨텐츠답게 레벨 25에 도달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는 제한이 걸려있다.

 

또, 25레벨을 달성해도 바로 냉동 보관소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착용하고 있는 장비들과 인벤토리의 아이템 가치 합산이 5,000을 넘겨야 입장 조건을 갖출 수 있으며, 냉동 보관소 맵 자체도 항상 열려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만 열렸다가 다시 닫히는 구조다.

 

 

 

한 번 죽으면 모든 것을 잃는 익스트랙션 슈터에서 장비 가치를 입장 컷으로 둔 만큼, 잘만 챙기면 5,000의 2배에서 10배 이상의 가치를 인벤토리에 꽉꽉 채워올 수 있다. 물론 그만한 가치의 아이템을 챙겨올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맵에 비해 훨씬 큰 위험 부담을 안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냉동 보관소는 맵의 크기도 다른 맵들보다 넓게 느껴지는데다, 구조도 복잡한 편이라 처음에 조건을 맞춘 뒤 입장하더라도 미리 알아보지 않았다면 출구를 찾지 못한 상태로 탈출에 실패할 수도 있다. 또한 보안 레벨에 따라 열 수 있는 곳도 다르고, 기믹 요소도 존재하며 UESC 병력들도 다른 맵에 비해 좀 더 거센 압박을 해오는 편인지라 PvP 및 PvE 양쪽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확실히 재미있는 맵이고, 이곳에 오기 위해 며칠 동안 다양한 아이템과 장비를 파밍하고 여기에 와서 챙겨가거나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시작하는 사이클을 가져간다. 다만 시즌 1의 엔드 컨텐츠라 가치가 높은 아이템으로 가득하다는 이유로 다른 맵에 비해 핵 유저를 만날 가능성도 조금 더 높고, 고인물 파티와 만나면 손 쓸 새도 없이 전멸하는 경험을 하게 될 수 있다.

 

죽으면서 배워야 하는 게임이긴 한데, 냉동 보관소는 랜덤 매칭으로 가기보다는 사전에 합을 맞춘 세 명이 팀을 이루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즐거울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맵도 마찬가지지만 여기는 더 팀원끼리의 합이 맞아야 한다.

 


우수 등급 아이템 정돈 널려있을만큼 리턴이 높아 재미있는 맵이다

 

■ 뛰어난 비주얼과 하드코어함이 강점

 

SF 세계관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게임답게, 게임 내 UI나 시각적인 효과에 활용되는 디자인 요소들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그야말로 껌뻑 죽을만한 그런 디자인을 갖추고 있어서,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다 끌어올려주는 효과가 있다.

 

다만 사용되는 색이 채도 높은 원색 위주라 눈이 아플 순 있고, 누에나방이 의체를 자아내는 로딩 화면이 좀 징그러울 순 있다. 채도 쪽은 그렇겠다 싶었던 부분이지만 로딩 화면의 경우는 실제로 좀 부담스러워서 매칭이 진행되는 동안 시선을 돌려 다른 일을 했다. 게임의 캐릭터인 의체들의 비주얼도 가끔 확 마주치면 팀원이라도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이처럼 취향이 맞으면 정말 예술적인 디자인이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영역도 있다고 느꼈다. 이외에 마라톤의 세계를 알아갈 수 있는 코덱스도 많은 분량이 준비되어 있어 시간이 날 때 이것들을 읽어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하드코어함은 분명 게임의 진입장벽이자 취향을 확실히 가를 요소다. 건플레이의 재미나 요란한 맵 기믹 및 상호작용 등을 생각해보면 번지는 애초에 격렬한 건플레이 기반의 하드코어 익스트랙션 슈터를 원한 것 같다. 확실히 즐겁긴 한데, 사실 이 재미를 붙이기까지의 구간을 버틸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일단 안전장치 자체가 사실상 없는 편이라 익스트랙션 장르의 초심자라면 부담감을 느끼기 쉽다. 모든 것을 잃을 리스크와 가방을 가득 채워올 수 있는 리턴이 익스트랙션의 매력이긴 하지만, 퀘스트 자체도 한 번의 임무에서 같은 케이스가 많아 부담스러운 편인지라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면서 초반의 어려움을 견뎌내야 슬슬 재미가 따라붙는다는 느낌이다.

 

 

 

이건 실제 내 경험도 그랬다. 처음에는 너무 하드코어해서 '피로가 싸움의 재미보다 더 큰 것 같은데?'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 이후 며칠 게임을 더 플레이하면서 어느 정도 손에 익으니 그제서야 슬슬 마라톤의 매력이 눈에 들어왔다.

 

번지는 출시 후 꾸준히 이것저것 조정을 가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입문 구간에서의 고됨이 재미있는 부분들을 다소 가리는 감이 있다. 이 부분에서 어느 정도 완화나 번지의 영리한 조정이 가해진다면 좀 더 따라오는 유저를 늘릴 수 있지 않나 싶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현재 남은 코어 팬층의 재미를 빼앗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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