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가 개발한 토탈 워 시리즈의 최신작 '토탈워:삼국'이 출시 후 최초의 챕터 DLC '팔왕의 난'을 출시했다. 이미 출시일에 팩션 DLC인 '황건적의 난'을 출시해 황건적 팩션을 고를 수 있었고 지난 6월 27일에는 피의 통치 DLC를 통해 유혈 묘사를 포함한 잔혹 묘사가 게임 내에 추가됐다. 이에 이어 8일 공개된 첫 챕터 DLC인 팔왕의 난은 토탈워:삼국을 사뭇 다른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DLC다.
토탈워:삼국의 첫 챕터 DLC 팔왕의 난은 토탈워:삼국 본편의 이야기인 삼국지의 시대상과는 상당히 떨어진 시기, 그러니까 본편의 시점으로부터 약 100년이나 지난 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플레이어는 이번 챕터 DLC를 통해 삼국의 정립 이후 삼국을 통일한 사마씨 가문의 막장 드라마와도 같은 팔왕의 난 시절을 경험하게 된다. 등장하는 영웅들의 면면은 팔왕으로 분류되는 사마씨의 인물들로, 전설적인 영웅들을 포함해 삼국지에 능통한 팬이라도 다소 생소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나마 사마의의 아들 중 한 명이 등장하지만 이쪽도 사마소, 사마사 등의 후삼국 근처 인물들에 비해서는 익숙하지 않은 인물이다.
팔왕의 난 DLC의 추가로 캠페인에서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8명의 왕인 사마옹, 사마경, 사마월, 사마예, 사마영, 사마륜, 사마량, 사마위 중 하나를 골라 플레이 할 수 있으며 본편과 별도인 팔왕의 난 캠페인 외에도 본편 구매자 모두에게 일종의 영웅 무쌍 모드인 신규 모드 왕조 모드가 무료로 추가된다.
■ 팔왕의 난
신 챕터 DLC는 이름 그대로 조조와 유비, 그리고 손권의 위·촉·오가 치열하게 벌이는 삼국의 대하 드라마가 막을 내리고, 삼국을 통일한 서진의 치세도 말기에 접어들어 황후 가남풍이 외척과 손을 잡고 사마씨를 척살해 권력을 잡아 이에 반발하듯 왕으로 봉해진 종실제왕 8인이 반란을 일으켜 서진에 내전이 발발하고, 이후로 중국 전역에 다시금 난세가 이어지게 되는 팔왕의 난을 배경으로 삼은 캠페인 DLC다. 본 리뷰에서는 연의 모드를 기준으로 소개한다.
팔왕의 난은 캠페인 모드로 진입해 본편인 삼국 외에 별도로 준비된 팔왕 탭을 선택해 진행할 수 있다. 이번에도 플레이어블 세력에 따른 시작 상황 난이도 배분이 이루어졌다. 각각의 팔왕 중 사마옹만 쉬움 난이도이며 사마경, 사마예, 사마영, 사마월은 보통 난이도, 사마륜, 사마위는 어려움, 그리고 끝으로 사마량은 매우 어려움 난이도를 받았다. 플레이어블 세력인 팔왕 외에도 실제 게임 내에서는 몇 개의 세력이 더 존재하며 본편에서 한 왕실이 거대한 중립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처럼 가남풍의 진나라가 큰 규모의 중립 세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 왕실처럼 진나라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사마옹부터 시작해 각각의 팔왕 중 어느 쪽을 선택해 게임을 진행하더라도 진나라와 맞닿아 있으며 캠페인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게임에 익숙하지 않다면 초반에는 진나라 세력 및 황후와 척을 지지 않는 편이 수월하다. 최종적으로는 제왕 등급까지 올라 다른 종실제왕들을 모두 합병하거나 멸망시키는 것이 팔왕의 난 캠페인의 궁극적 승리 조건이다.
팔왕의 난에서는 세력 등급이 제후에서부터 시작하며 위신을 모아 상승할 수 있는 수직적 등급으로는 왕, 군왕, 친왕, 제왕이 있고 천자와 섭정 등급이 별도로 존재한다. 수직적인 상승을 하는 위신 등급에는 별다른 디메리트가 없는 편이지만 천자나 섭정의 경우 다른 세력과의 관계 등에서 디메리트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개혁이 일정 턴마다 돌아오는 것은 여전하지만 개혁이 일종의 티어 시스템을 갖춰 세력 등급이 오르지 않은 상태라면 첫 번째 줄에 있는 개혁만 선택할 수 있어 시스템적으로 플레이어의 세력 성장을 촉구한다.
또, 트레일러에서도 드라마틱하게 잘 표현한 것처럼 황후와의 관계가 작중에서 내내 중요시되기도 한다. 황후는 수시로 플레이어의 세력에 시비를 걸어오는데, 플레이어의 가신이 황후에게 무례를 범했다고 태형을 시키라고 할 때 가신을 황후의 명대로 내밀거나 자신이 대신 태형을 받는 등의 선택을 하면서 황후나 가신과의 관계 등이 변화한다. 또, 본편에서 각 세력이 숭상하는 특징적인 수치가 있었던 것처럼 이번 팔왕의 난에서는 '숭상'이라는 수치가 네 종류 존재한다.
숭상은 각각 정신, 마음, 힘, 부로 시시때때로 등장하는 선택지에 따라 수치가 조정되며, 각각의 숭상치 등급이 상승할 때마다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신 숭상이 1등급에서 다음 등급으로 넘어갈 때는 위신이 5 상승하고 모든 세력과 외교 관계가 4만큼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필요한 보너스를 잘 따져서 숭상 수치를 습득하는 것은 게임 진행에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마갑 기병이라는 강력한 신규 병종이 등장했고 전투에서 활약한 병사를 장수로 승진시키는 선택도 은근히 자주 등장한다.
■ 3인 무쌍, 왕조 모드
팔왕의 난 DLC를 구매하지 않았더라도 즐길 수 있는 신규 모드, 왕조 모드는 일종의 영웅 무쌍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특징이 나뉘는 5개의 속성군에 속하는 영웅들 중 원하는 세 명을 골라 총 30웨이브로 밀려드는 병력과 장수들을 무찌르며 생존하는 모드다. 싱글 플레이에서는 세 명의 영웅을 조작하지만 멀티 플레이를 통해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모드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각각의 영웅들은 초기에 두 개의 액티브 스킬을 가지고 있고, 웨이브가 끝날 때마다 포인트를 하나씩 얻고 장수가 등장한 웨이브에서는 포인트 세 개를 획득 가능하다. 체력 회복에 사용하거나 스킬에 투자할 수 있다. 세 번째 액티브 스킬을 여는 것에는 포인트를 다량 사용해야 하고, 여러 종류의 패시브 스킬은 적절하게 사용해주면 게임 진행에 도움이 된다. 중요한 것은 포인트 사용 타이밍을 잘 고르는 것이다. 체력이 넉넉하다 싶으면 스킬에 투자할 수 있겠지만 체력이 애매하거나 부족할 때는 가급적 체력에 투자하는 편이 좋다.
인텔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아케이드 모드인 왕조에서는 영웅은 강화된 상태로 존재하며 적 병종은 한 방에 나가 떨어질 정도로 약하게 조정되어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물량을 내세워 밀려들기 때문에 방심하면 체력을 잃은 영웅은 목숨을 잃기도 한다. 영웅의 체력을 관리할 속성의 영웅이 한 명은 끼어있는 편이 진행에 수월하다.
본편 연의 모드에서도 영웅들은 강력한 면모를 자랑하지만 왕조 모드에서는 여실히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시원시원하게 적을 쓸어버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거나 기존의 캠페인에서 나와 기분을 전환하고 싶을 때는 왕조 모드를 기웃거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 생소하기에 색다른
팔왕의 난은 생소하기에 색다른 챕터 DLC라고 평할 수 있겠다. 물론 시스템상의 변화도 주었기에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황후와의 관계를 신경쓰거나 마갑 기병을 비롯한 신규 병종의 막강한 활용도는 마음에 들지만 기존 병종의 밸런스는 아직 아쉽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토탈워:삼국의 DLC지만 보편적으로 '삼국지'라고 부를 수 있는 범위에서는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뒤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생소한 기분이 많이 든다. 아예 다른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삼국지라는 부분을 떼놓고 본다면 꽤 괜찮은 느낌으로 즐길 수 있기도 하다. 궁극적으로는 전투로 적을 쓸어버리는 게임이기는 하지만 황후와의 정치적 관계 줄다리기나 트레일러에서 보여주는 대립각 연출, 시대적 배경이 소설 원작의 외화 왕좌의 게임과도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여전히 클론 무장이 엄청나게 많다. 기존의 본편도 일부 무장을 제외하면 전부 클론 무장이라서 아쉬운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팔왕의 난에서는 정말로 대부분이 클론 무장이라 전설적인 인물을 달고 있더라도 그다지 감흥이 오지 않는 편이다.
팔왕의 난 DLC는 삼국지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달라진 부분들이 있어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DLC이기도 하다. 다만 삼국지라는 포맷을 중시하고 본편에서 클론 무장이 난무했던 것에 반감을 느꼈던 플레이어라면 많은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