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막장으로 치닫는 디도스 사건의 여파

누구를 위한 리그 중계인가
2024년 03월 01일 13시 56분 58초

지난 25일과 28일 디도스 사건 이후 LCK는 결국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음을 인지하고 29일 경기부터 녹화 방송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29일 경기가 예정대로 녹화 중계로 진행됐다. 다만 그 시간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시간에 편성됐다. 디플러스 기아와 OK저축은행 브리온전은 오후 9시, 농심 레드포스와 DRX전은 오후 11시 30분에 진행된 것이다. 

 


잘못 보면 유럽에서 진행된 경기로 착각할 만한 시간이다

 

일반적인 리그 경기는 오후 5시(주말은 오후 3시)부터 시작해 대략 10시 전후로 경기가 마무리된다. 이를 감안하면 매우 늦은 시간에 녹화 중계가 진행된 것이다. 

 

LCK 중계를 제 시간에 보려는 이들이(조금이라도 늦게 시청하게 되면 결과가 이미 각종 커뮤니티에 올라오기에 정시 시청을 하는 이들이 많다) 이를 다 시청하게 될 경우 시간은 12시를 훌쩍 넘어가게 된다. 

 

29일 경기를 예로 들자면 3세트까지 가는 경기가 진행되면서 경기 후 POG 인터뷰까지 보게 된 시점에서 새벽 1시를 훌쩍 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일반적인 직장인들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시간대다. 사실상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그 시간대에 경기를 시청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다. 그러한 만큼이나 보는 시청자 수도 상당히 줄었다. 

 

문제는 이것 만이 아니다. 언제 녹화 중계를 볼 수 있는지 시간 전달도 제멋대로였다. 29일 경기를 예로 들자면 원래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 5시가 넘은 시점까지 녹화 중계 시간이 고지되지 않았다. 아프리카 TV 방송국의 공지 기준으로 29일 오후 8시 37분에 9시에 시작한다는 공지가 올라왔을 정도다. 

 


 

그동안 팬들은 언제 경기가 중계되는지를 전혀 알 수 없었고, 심지어 금일 경기가 실제로 진행되었는지조차 알 길이 없었다. 경기를 기다리는 팬들은 하염없이 자신의 시간을 소비하며 확인을 하는 것이 전부였고, 이러한 과정에서 결국 시청을 포기하는 이들도 많았다. 

 

심지어 LCK는 유튜브에 이러한 공지 하나 올리고 ‘알아서 대기하다가 잘 찾아서 봐라’는 식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 LCK가 상전인가, 팀과 팬들이 상전인가

 

현재 수많은 팬들이 느끼고 있을 분노는 매우 타당하다. 엄밀히 말해 현재의 상황이 만들어진 데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은 바로 라이엇 게임즈와 라이엇 게임즈 산하 LCK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지도 못했고, 징조가 있었음에도 안일한 대처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흔한 사과문조차 현재 없는 상황이다. 

 

해결 방법이라는 것도 디도스 공격자를 피해 랜덤한 시간에 경기를 진행하는 매우 원시적인 것이다. 지난 기사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정도 규모의 자본과 시청자가 존재하는 리그에서 마치 소규모 PC방 대회와 같은 주먹구구식의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 바로 LCK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는 팬들만이 입게 됐다. 코로나 시즌이 아님에도 직접 관람하는 즐거움이 없어졌으며, 녹화 중계라는 초유의 상황마저 직면하게 됐다. 

 

여기에 오후 9시 방송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방송 시간을 감내해야 하는 것도 바로 팬들의 몫이다. 심지어 경기 자체가 랜덤한 시간에 시작되기에 금일은 더 빨리 녹화 방송이 시작될 수도, 더 늦게 될 수도 있다. 만약 당일 경기에 문제가 생긴다면 밤 12시가 넘어 녹화 중계가 시작될 수도 있다(실제로 28일 T1전 2세트는 다음날 0시 30분에 중계가 방송됐다). 이 말은 방송을 보기 위해 지속적으로 언제 방송이 시작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말이다. 

 


녹화 중계에 세트 간 대기 타임은 왜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부러 수면 시간을 줄이려는 LCK의 의지일까

 

이 정도면 사실상 ‘보고 싶으면 봐라’ 정도의 메시지에 가깝다. 팬들은 무시한 채 ‘우리는 어쨌든 할 것은 다 했다’ 라는 느낌이랄까. 팬들이 중심이 아닌 LCK가 중심인 셈이다. 굳이 잘잘못을 가린다면 LCK의 안일한 대비와 수습이 가장 큰 상황임에도 말이다. 

 

구단의 입장에서도 매우 기분이 나쁜 상황일 수밖에 없다. 사실상 대부분의 LCK 소속 구단은 구단 자체의 수익을 올리기보다는 사회 환원 및 모기업 홍보 차원에서 구단을 운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청률 저하는 그만큼 홍보 효과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 지금이라도 팬들을 위한 리그를 진행하라

 

LCK 관련 인사들에게 묻고 싶다. 현재의 상황이 최선인지, 현재의 방식에 팬들의 고려는 있었는지를 말이다. 

 

디도스 공격 하나로 리그가 이 지경이 된 것도 우습지만 그 대처는 더더욱 우스운 상황이다. 과연 밤 9시 이후에 중계를 시작하는 것이 팬들을 위한 것인가? 심지어 그럼에도 분석 데스크와 같은 요소들을 ‘굳이 넣었어야’ 할 이유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어쩔 수 없이 중계를 늦게 시작할 수밖에 없다면 빼도 될 것은 빼고 순수한 경기 중계 위주로 편성해 시간을 줄여야 했다. 한 세트가 끝나고 그 사이 20여 분을 대기 타임과 다른 컨텐츠로 구성하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 맞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그냥 늦은 시간에 시청하는 팬들에 대한 ‘배려’ 가 없는 것이다.

 


밤 늦은 녹화 중계 상황에서 분석 데스크는 사실 상 빼는 것이 맞다 

 

어쨌든 현재의 늦은 시간 녹화 중계는 팬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대로 리그가 계속된다면 시청자 수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며, 그만큼 리그의 인기는 점차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녹화 중계가 하루 이틀만에 끝날 일도 아니고 말이다.

 

각 구단에 이해를 구해서 하루에 두 경기 이상을 하던, 이른 시간에 경기를 진행하거나 다음날 경기를 전날 밤에 하던 시청자들이 경기를 보는 시간은 적어도 오후 7시를 넘겨서는 안된다. 밤 12시를 넘어서까지 시청을 강요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상식적인 시간에서의 시청권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공지를 통해 경기 중계 시간을 고지하는 형태가 아닌 고정적인 시간에 녹화 중계 송출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과연 LCK가 이러한 행보를 할 지는 의문이 들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적어도 LCK 자체가 아닌 팬들을 위한 리그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면 말이다.      ​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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